최근 문제가 불거진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벌·제재 강화보다 실효적인 안전기준 설립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산재예방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와 해결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경영계는 현장의 안전시스템을 자율적으로 점검·개선하는 경영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안전 선진국들은 엄벌주의 정책과 획일적 규제만으로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규제의 수용성과 효율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새로운 처벌수단을 마련하기보다 산재예방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행 안전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며 "안전역량 부족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제1발제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 교수는 "우리나라가 산재예방에 상당한 인력과 재원을 투자하고 있으나 제재와 엄벌에 치우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제의 한계로 '고비용 저효과'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안전 선진국들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제재 강도를 높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방시스템의 충실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작업환경의 다양성과 급격한 기술변화를 고려할 때 사업주의 자율적 산재 예방활동을 촉진하는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처법상 중복 조항 정비, 과도한 원청 책임을 부여하는 도급규제 혁신, 건설공사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 명확화, 위험성 평가 내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2발제자인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생존에 급급한 중소기업 현실에서 정부 규제만으로 효과적 산재예방 활동이 이뤄지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한국 중소기업 경쟁력은 최하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심각해 제재나 처벌로 접근하기보다 보상과 인센티브로 안전관리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 교수는 "범부처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중소기업 안전보건활동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전문인력 양성과 안전기술 연구개발, 민간 전문기관 활성화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산재예방 지원 및 시장 진흥 법률'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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