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여름의 끝자락 전국 곳곳에서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예술 축제가 줄줄이 개막한다. 동시대 미술의 첨단을 달리는 실험적 주제부터 공예·디자인 등 생활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비엔날레가 저마다의 주제와 색깔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우선 서울에서는 이달 26일부터 11월 23일까지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열린다.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하고 운영하는 이 비엔날레는 도시 미디어 환경에서 일어나는 동시대적 변화를 실험적으로 탐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는 ‘강령 : 영혼의 기술’이라는 독특한 주제로 오컬트, 신비주의, 영적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세계 각지의 예술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영상과 사운드, 퍼포먼스 등의 예술을 통해 주술적이거나 영적인 의례를 경험해보자는 취지다. 일례로 서울시립미술관에 설치되는 일본 노무라 자이의 작품 ‘유령’은 고인의 이미지를 물에서 출력하는 일종의 인쇄 장치다. 참여형 퍼포먼스 ‘새로운 천재들의 위대한 원자폭탄 반사기 경험’의 경우 원자폭탄 실험 생존자의 실제 편지를 기반으로 한 텍스트 읽기 등을 통해 관객들이 ‘집단적 창조’를 경험하도록 기획됐다.
전남 목포와 해남, 진도에서는 네 번째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30일 개막한다. 20개국 83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하는 행사는 전통 수묵화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세계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 주제는 ‘문명의 이웃들’로 동아시아 해양 문명권에서 전통 수묵화가 어떻게 발전했고 확장될 수 있을지를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 등의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남권의 고산윤선도박물관을 비롯해 3개 권역 6개 전시관이 운영되는데 올해는 특히 조선 후기 대표 수묵화가 공재 윤두서의 ‘세마도’ 진본이 321년 만에 최초로 대중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져 학계는 물론 관람객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또 목포 문화예술재단에서는 일본 디지털아트 그룹 팀랩 등이 참여해 수묵을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한 미디어아트 등을 만날 수 있다.
같은 날 국내 최장수 비엔날레의 고장 광주에서는 제1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포용 디자인’을 주제로 65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19개국 2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행사는 세계, 삶, 모빌리티, 미래를 개별 주제로 삼아 4개 전시를 연다. 세계 디자인 리더들이 선보이는 포용의 디자인부터 사람 사이의 틈을 메워주는 일상 속 디자인까지 제품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디자인의 향연이 펼쳐진다.
다음 달 4일부터는 충북 청주 문화제초장 및 청주시 일원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가 60일 간의 대장정을 이어간다. 16개국 140명의 작가가 참여해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총 22개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등 역대 최장, 최대 규모의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세계 정상급 공예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물론 본전시의 약 80%가 신작으로 채워지는 등 공을 많이 들였다. 현대자동차의 후원 아래 한국과 인도 작가 8명이 참여하는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공통 공예 유전자를 확인해볼 기회인 ‘보자기x젓가락’ 공모전,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의 공예 정신을 엿볼 ‘성파 특별전’ 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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