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갖는 12명 가운데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로 꼽히는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관세 정책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거론했다.
굴스비 총재는 15일(현지 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의 관세가 스태그플레이션 요소를 크게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굴스비 총재는 “지금의 관세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지속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충격을 줄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며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모습이고 특히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는 것 같아 최소한 (물가 지표를) 1개를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날 7월 미국의 수입 물가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는 발표가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기억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경우 관세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굴스비 총재는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굴스비 총재는 당시 “연준이 가장 피해야 할 일은 급격히 움직이는 것”이라며 “정보를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는 것이 시장의 사업 모델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은 중앙은행의 운영 방식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최근 금융시장의 금리 전망은 관세정책의 불확실성 탓에 널뛰기를 하고 있다. 애초 월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6월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상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9월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높게 봤었다. 그러다 지난달 30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FOMC에서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뒤 또다시 매파 성향(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자 앞다퉈 9월 금리 동결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9월 금리 전망은 이달 1일 미 노동부의 충격적인 고용보고서로 다시 한번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5~7월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9월 금리 인하 기대는 하루 만에 30%대에서 80%대로 수직 상승했다. 이후에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7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잇따른 악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시장 기대치 충족으로 월가가 전망하는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100%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연준에 노골적으로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한 탓에 13일에는 이달 처음으로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까지 등장했다.
9월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 되는 듯한 분위기에서 14일 전달보다 0.9%나 급등했다 PPI 발표는 월가의 기대를 다시 한 번 꺾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PPI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달보다 0.9% 올라 2022년 6월(0.9%)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0.2%)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14일 장 마감 무렵 92.1%에서 이날 88.9%로 낮춰 잡았다. 13일에는 0%였던 금리 동결 확률은 11.1%로 치솟았고 빅컷 확률은 0%가 됐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표한 7월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0.4% 상승해 오름폭이 6월보다 커지고 시장 전망치도 웃돌았다. 미국 미시간대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 역시 58.6으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62)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7월 확정치(61.7)보다도 3.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7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시장예상치에 부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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