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지식재산권(IP) 가치가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한국의 IP를 산업화하는 경쟁력은 주요국들과 비교해 한참 뒤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간한 ‘새로운 성장(10) 지식재산권의 산업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IP의 산업화 역량 지표인 ‘세계적 지재권자 50’ 명단에 한국 업체는 1곳도 오르지 못했다. 반면 미국(32개)과 일본(7개), 중국·프랑스(2개), 스웨덴·영국·캐나다·이탈리아·독일·핀란드·덴마크(1개) 등 주요국들은 모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미국의 월트디즈니는 미키마우스 등 슈퍼 IP를 활용해 지난해 약 620억 달러(약 86조 원)의 상품 판매를 기록했다. 해스브로(트랜스포머, 161억 달러), 워너 브러더스(배트맨, 150억 달러)를 비롯한 미 상위 IP 사업자 32곳의 IP 상품화 수익은 총 2424억 5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이다.
또 ‘헬로키티’를 보유한 일본의 산리오(84억 달러), ‘무민’을 보유한 핀란드의 무민 캐릭터스(7억 7000만 달러), ‘양과 회색늑대’를 보유한 중국 알파그룹(7억 2000만 달러) 역시 IP를 활용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IP 산업화 부진의 배경으로 △원천 IP 부족 △IP의 다각적 활용에 대한 전략 미흡 △투자 여력 부족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지구촌 수출 관세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제조업 위주의 하드머니보다 (문화·서비스 등) ‘소프트머니’를 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우선 웹툰·게임·드라마·굿즈·공연 등 스토리 중심의 IP 사업으로 수익 모델을 확장하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스토리 중심의 슈퍼 IP 전략을 입체적으로 지원할 ‘케데헌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K푸드를 전략적으로 수출 산업화해서 우리의 수입을 최대화 해야 한다”며 “이런 것들이 우리가 가져와야 할 미래의 소프트머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대응할 ‘IP 주권펀드’를 조성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오징어 게임’ ‘무빙’ 등 해외 OTT 플랫폼이 제작비 전액을 선투자하는 대신 콘텐츠 저작권 및 파생가치를 모두 챙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IP 주권펀드를 통해 CJ ENM(035760) 등 국내 제작사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면 제작사와 플랫폼이 IP 권리를 공유하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보고서는 K산업의 해외 IP 확보 역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IP 수출 시 평균 1000만 원 이상의 출원 비용을 내야 하는 만큼 진출 대상국에서 지재권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 기업, 핵심 기술 기업 등을 중심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글로벌 마켓이 하나였던 시대에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 잘 팔면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만으로는 성장이 힘들게 됐다”며 “K푸드·콘텐츠 등 지재권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수요를 계속 창출하는 ‘락인’ 전략을 적극 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