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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정 “AI, 파괴적 혁신…HBM 성공 경험·수펙스 정신으로 돌파”

■SK 이천포럼 2025

SK하이닉스 사장 “AI發 변화, 두렵지만 기대된다”

메모리 시장 업 본질 바껴…범용서 맞춤형 대세

AI 활용 따라 시장 예측·공정 효율 향상 능력 갈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가 1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2025’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노정 SK하이닉스(000660) 사장이 인공지능(AI)이 몰고 올 미래를 ‘파괴적 혁신’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할 해법으로 SK그룹의 ‘수펙스(SUPEX) 정신’을 제시했다.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K 이천포럼 2025 개회사에서다.

곽 사장은 AI가 불러오는 혁신은 점진적인 개선이 아닌 기존의 틀을 송두리째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07년 애플 아이폰이 가져왔던 혁신, 2016년 클라우드 컴퓨팅이 일으킨 혁신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크고 강력할 것”이라며 “이미 제약·의료·금융·교육 등 모든 산업에서 혁신이 벌어지고 있고 이 경쟁에서 도태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몰고 온 파괴적 혁신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도 바꾸었다고 진단했다. 곽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며 “수십년간 계속됐던 범용 제품에서 맞춤형(커스텀) 제품으로 바뀌는 게 대표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시장을 예측하고 제조공정에서 효율을 높이는 것도 AI 활용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갈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AI가 몰고 온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SK하이닉스가 서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AI 시대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3세대 연속 1위를 차지하고 D램 시장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등 SK하이닉스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곽 사장은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 ‘만년 2위가 40년 만에 거인을 넘어섰다’는 헤드라인을 뽑아냈다”며 “상전벽해”라고 소회를 밝혔다.

오늘의 성공 이면에는 암울했던 과거가 있었다. 그는 불과 20여 년 전 전기료를 아끼려 형광등을 빼고, 경비를 줄이려 사내식당 반찬을 줄였던 시절을 회상했다. 구성원들은 강제 무급휴가를 떠나고 수석급 이상은 월급을 반납했다. 곽 사장은 “마치 무용담처럼 얘기하지만 당시엔 앞이 보이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그 두려움이 우리에게 힘이 됐고,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경험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SK하이닉스를 만든 변화의 계기로 곽 사장은 2012년 SK그룹 편입을 꼽았다. SK의 전략적 지원과 투자는 세상을 바꿀 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이듬해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 1세대 제품을 세상에 내놨다. 곽 사장은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며 “높은 가격 탓에 시장성은 부족했고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처절한 반성과 협력을 통해 HBM 신화는 완성됐다. 곽 사장은 칩을 쌓을 때 발생하는 발열 문제를 해결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누군가는 열을 빼려 금속 기둥을 박자고 했고, 다른 이는 페인트 회사와 협력해 액체를 흘리는 방식을 제안했다”며 “‘원팀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기적을 가능하게 한 근간에는 SK그룹의 경영 철학인 ‘수펙스 정신’이 있었다. 수펙스는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 가능한 최고의 수준을 의미한다. 곽 사장은 “수펙스 정신은 오늘의 SK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SK를 만들 단어”라며 “아는 것을 깊이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자세로 나아갈 때 길이 된다”고 역설했다.

곽 사장은 AI가 이제 막 시작 단계이기에 앞으로의 변화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변화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지만 걱정보다는 기대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며 “우리는 결국 헤쳐나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우리에겐 그 어려운 HBM을 개발한 경험과 정신이 있다”며 “SK하이닉스가 풀지 못하는 문제는 이 세상 어느 회사도 풀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개회사 막바지에 곽 사장은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을 언급하며 “오늘날 다윈이 살아 있다면 ‘한 단어’를 추가했을 것”이라면서 행사장 화면에 뜬 인공지능(AI) 적자생존(SURVIVAL OF THE AI FITTEST)을 가리켰다.

이천포럼 2025는 이날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이천포럼은 2017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할 변화 추진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안하며 시작된 SK그룹의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천포럼 핵심 의제는 AI와 디지털 전환(DT)이다. 이번 포럼에선 대한민국 AI 산업 생태계 활성화 전략과 SK의 역할, AI·DT 기반 산업현장 혁신 사례, AI 기반 일하는 방식 변화 사례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다. 첫날 일정은 최태원 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학계 및 업계 전문가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가 18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2025’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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