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봄비'를 부른 원로 가수 박인수가 18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
이날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오랜 기간 알츠하이머 등을 앓아왔으며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폐렴으로 건강이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1947년 평북 길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 도중 어머니와 생이별한 뒤 고아원을 전전하다 12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는 뉴욕 할렘가에서 접한 솔 창법을 앞세워 미8군 클럽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중 1960년대 말 그룹 퀘션스의 객원보컬로 참여하며 신중현 사단에 합류했다.
고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대표곡은 1970년 신중현이 작사·작곡한 '봄비’다. 이후 '나팔바지', '펑크 브로드웨이', '의심받는 사랑', '꽃과 나비',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에 이어 1992년 '해뜨는 집'과 2013년 '준비된 만남'까지 총 20여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대표곡 가운데 '당신은 별을 보고 울어보셨나요'는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노래로 화제를 모았다. 해당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 1983년 어머니와 극적으로 재회하기도 했다.
가수로서의 삶을 이어가던 그는 1970년대 중반 대마초 파동에 휘말렸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저혈당 증세와 파킨슨병 등으로 건강이 악화하면서 무대를 떠나게 됐다. 2002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 단기기억상실증세를 겪기도 했다.
한동안 대중의 기억에 잊혔던 고인은 지난 2012년 4월 KBS 1TV '인간극장'을 통해 근황과 투병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1970년대 이혼한 아내 곽복화 씨와 37년 만에 재결합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화제를 모았고, 부부 동반으로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건강이 상당 부분 회복되면서 2012년 6월 선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서울 마포구 한 재즈클럽에서 컴백 공연을 열었고, 전국 각지에서 여러 차례 무대에 섰다. 이후 그가 녹음한 마지막 곡은 2013년 12월 '준비된 만남'으로, 재즈 보컬리스트 겸 작곡가 김준이 만든 노래였다.
빈소는 서울 영등포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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