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업체가 공공 기관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 부처나 지자체와 손 잡고 ‘컬러’를 통해 공공의 가치를 창출하는 식이다. 당장의 매출 증대 효과는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홍보 및 가치 제고, 공공 디자인 시장 진출, 공공 부문 일감 수주 등의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페인트 업계의 공공 기관 협업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페인트 3사인 KCC·삼화페인트·노루페인트의 공공기관 협업 건수는 2023년 43건에서 지난해 57건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8월 누적 기준으로 3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자체·공공기관과 협업해 안전색채디자인(CUD)을 설계하거나 공공시설 환경 개선 작업에 참여하는 등의 사례가 늘고 있다.
KCC는 최근 서울시와 함께 올해의 서울색인 ‘그린 오로라’를 포함해 25개 컬러가 담긴 ‘2025 서울시 표준 색상집’을 발간했다. 향후 서울시내 관공서·공공시설물 디자인에 해당 색상집에 담긴 표준색을 활용하기로 했다. 노루페인트는 최근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와 광복 컬러를 지정했다. 국민 설문을 통해 선정된 ‘광복 자주’ 색상의 경우 색상코드를 ‘KR0815’로 지정해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노루페인트는 광복 컬러를 제품화·표준화해 전시나 조형물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친환경·기능성 페인트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지며 페인트 업체들은 공공기관을 통한 시범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지자체 협업으로 친환경·기능성 페인트를 공공시설에 적용한 이후 민간 시장으로 확대하는 식이다. 노루페인트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취약계층에 차열페인트를 무료로 설치하는 ‘하얀지붕 설치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페인트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면 민간 기업에서도 브랜드 제품을 인식해 해당 제품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전했다.
산업 현장 안전디자인도 페인트업체들의 관심 영역이다. 최근 정부가 산업 재해 예방에 집중하며 산업 현장 안전 디자인의 중요도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한 예로 삼화페인트는 산업안전보건공단과 CUD를 개발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에 이어 호반건설과 협업해 건설 현장의 사고 발생률을 낮추는 맞춤형 색채 가이드라인을 설계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배려한 다국어 설계가 포함된 색채 가이드라인은 실제 호반건설 건설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페인트업계는 공공기관과의 꾸준한 협업이 향후 재도장 등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 물량 수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 경기 부진 장기화로 페인트업계사정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현정부가 출범초부터 대규모 건설 사업을 예고한 만큼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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