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놓고 정부와 여당 간의 이견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연말 주가 급락론은 실제 데이터와 다르다는 논리를 마련해 외부에 적극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기재부는 2015~2024년 10년간 12월 코스피 월간 수익률 평균이 1.15%였다는 자체 분석을 근거로 주식 양도세로 인해 연말 세금 회피 물량이 매년 나오지만 실제 코스피 지수에 구조적 하방을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 자료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 12월 코스피 흐름을 분석했을 때 2016년(2.17%)·2019년(5.25%)·2020년(10.89%)·2021년(4.88%)·2023년(4.73%) 등 상승했던 해도 절반에 달했고 전체 12월 평균 코스피 수익률도 1.15%였다. 양도세 회피 목적의 연말 매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 현상은 매년 반복되는 데다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개인 투자자의 수요도 큰 만큼 실지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12월에 무조건 주가가 하락이라는 등식은 통계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거기에다 세제개편안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7월 31일 직후 바로 다음날인 8월 1일 코스피가 3.88% 하락하며 투자자 불만이 커진 대목에 대해서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방어 논리를 만들어 외부에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8월 1일 당시 개인투자자(개미)는 오히려 국내 주식을 더 샀고, 외국인이 미국발 고율 관세 이슈를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국내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대주주 기준의 하향에 따른 실질 영향은 연말 결산 국면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최근 주가 정체와 하락을 대주주 요건 변경으로 돌리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7월 29일 여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이미 ‘50억→10억 원 환원’ 방침이 공개됐고, 이전부터 언론보도도 다수 있었다”며 “주식시장에 충격이 됐다면 그 시점에 반응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월 중순부터 주식 양도세 기준 하향 등 세제개편안이 언론 보도로 나오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코스피는 빠른 속도로 전고점 돌파를 향해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재부의 방어 논리는 과세 원칙으로 수렴한다. 역대 정부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과세 대상을 넓혀 왔는데 대주주 기준의 경우 2000년 100억원에 달했지만 2013년(50억), 2016년(25억원), 2018년(15억원), 2020년(10억원)으로 계속 낮아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총선을 앞두고 50억원으로 되돌린 것이 비정상적인 조치였기 때문에 10억원으로 환원하는 것은 과거로의 원복이자 비정상적 정책의 정상화라는 것이다. 대주주 기준을 50억원 이상으로 올리며 역행했던 윤석열정부를 제외하면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흐름이 대원칙이었던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는 소득재분배, 노동소득과의 형평 추구 등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그 당위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거기에다 시장 반발을 대변하는 국회 반대 청원도 14만명대에 머물며 반대 동력이 둔화된 모습이다. 기재부는 국민적 반발이 폭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방어 논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7월 10일 고위당정협의회 이후 현행 50억원 유지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지만, 당정 간의 이견 차이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여당도 최근 신중 모드로 전환하며 기재부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획재정부는 기획재정부대로의 고민의 지점이 있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며 “그런 고민의 지점들을 어떤 방식으로 타개하느냐라고 하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입장들이 정리가 되어야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대통령실과 충분히 조율했고 일부 ‘큰손’ 이해관계에 정부의 정책이 손쉽게 흔들려선 안 된다는 원칙론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당과 대통령실 등과 정무적으로 조율을 해야 하는 구윤철 부총리는 대외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최종 결론이 10억이나 50억 중 하나로 결정될 전망이다. 구 부총리는 19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여러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해 최종 결론 전까지 설득전이나 의견 수렴 절차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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