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전남 농촌 지역에서 수돗물 온도가 30도를 넘어서면서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18일 장흥군에 따르면 최근 "수돗물이 너무 뜨겁다"는 민원이 잇따랐으며 현장 확인 결과 부산면 한 마을에서는 수돗물 온도가 실제 31도에 육박했다. 수질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샤워나 설거지조차 힘들다고 호소했다.
한 주민은 "밭일을 하고 집에 들어와 씻으려 해도 뜨거운 물이 쏟아져 오히려 온열질환에 걸릴 지경"이라며 "아무리 더워도 수돗물이 이래서야 제대로 씻을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가정에서는 선풍기를 켜 두거나 물을 받아 한참 식힌 뒤에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여름 폭염으로 지열이 올라 매립된 수도관이 달궈지면서 수돗물 온도가 상승한다고 분석한다. 물 사용량이 많은 도심 아파트와 달리 농촌은 가구 수가 적어 배관 안에 물이 장시간 고여 온도가 더 빨리 오른다. 특히 오래된 주택은 수도관 매립 깊이가 얕아 여름철 열기를 그대로 받아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 같은 현상은 장흥뿐 아니라 여수, 경남 남해 등 다른 농촌 지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물이 시원하지 않다", "미지근하다"는 민원이 속출하면서 지자체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장흥군은 임시로 배관에 고여 있던 물을 대량 방류해 수온을 낮추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군 관계자는 "올여름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수돗물 수온 문제로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자원공사와 협력해 원인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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