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의 글로벌 인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초화장품 외에 색조 제품들도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며 수출액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토너와 크림 등 스킨케어에 한정됐다는 지적을 받던 K뷰티가 메이크업으로도 보폭을 넓히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히는 모양새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메이크업용 제품류의 수출액은 4억 8194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은 립스틱 등 입술화장용 제품류였다. 입술화장용 제품류의 수출액은 3억 699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4% 뛰었다. 네일에나멜 등과 같은 매니큐어용 제품의 수출액도 같은 기간 52.5% 증가한 1919만 달러를 기록했다. 페이스파우다도 3.3% 늘어난 2628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콜마의 올 상반기 색조제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립 제품의 성장률이 118%에 달했다. 코스맥스의 경우 현지에서의 색조 제품 주문이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코스맥스 미국법인 매출액의 34%에 그쳤던 색조 제품의 비중이 올 1분기 51%, 올 2분기 59%로 늘어난 상태다.
국내 색조 뷰티 브랜드에 대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티르티르, 퓌, 롬앤은 이달 미국 최대 뷰티 전문 유통 체인인 얼타뷰티에 입점했다. 티르티르는 올해 말 문을 여는 멕시코 얼타뷰티 매장에도 입점이 예정돼 있다. 퓌는 이보다 앞선 올 5월 미국 뉴욕 소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데이지크도 이달 일본 신오쿠보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는데, 오픈 직후 하루 매출 1억 원을 넘길 정도로 좋은 반응을 받았다. 데이지크 관계자는 “매장 방문객이 수 천 명을 넘어서며 첫날부터 긴 대기줄이 이어졌다”며 “매출도 목표치를 무난하게 달성하면서 일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브랜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색조 브랜드가 이처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데에는 글로벌 수요에 맞춰 보다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애경산업의 ‘AGE20’S의 경우 대표 제품인 ‘시그니처 에센스 팩트’의 색상을 기존 6가지에서 11가지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서구권 시장을 공략했다. 해당 제품은 올 여름 진행된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전년 대비 358%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행사 기간 동안 파운데이션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 기존보다 70계단이나 상승한 39위에 랭크됐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색상 확대 등 현지 맞춤형 마케팅이 통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이번을 계기로 해당 제품의 색상을 추가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티르티르도 기존 9개에 그쳤던 ‘마스크 핏 레드 쿠션’의 색상을 40개로 늘리는 등 글로벌 고객 잡기에 나선 상태다.
뷰티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전체 화장품 수출액 중 기초화장품의 비중이 75%를 넘길 정도로 절대적이었다”며 “올 들어 전체 화장품 수출액은 늘어났지만 스킨케어 비중은 1%포인트 정도 줄었는데 립스틱 등 메이크업 관련 제품이 입지를 키운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K뷰티가 기초화장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메이크업으로도 시장을 더욱 넓히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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