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의 월지급식 펀드 누적 판매액이 올해 들어 1조 2000억 원 가까이 늘며 2조 8000억 원을 넘었다. ‘박스피’ 장세가 장기화되며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개인 투자자들이 매달 현금을 배당 받을 수 있는 월지급식 펀드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지난달 31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같은 달 28일 기준 월지급식펀드 누적 판매액은 2조 804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조 6175억 원에서 불과 8개월 만에 1조 2000억 원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해 초 351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판매액은 2년 만에 3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별 흐름을 보면 3월 2317억 원, 4월 2771억 원 증가하며 순항했으나 증시가 호황이던 5월(975억 원), 6월(734억 원)에는 증가세가 주춤했다. 이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7월과 8월에는 각각 1277억 원, 2055억 원이 늘며 자금 유입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증시 정체로 시세차익을 얻기 어려워지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하는 투자 심리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월지급식 펀드는 투자 금액에 따라 매월 일정 수익(연 6~8% 목표)을 지급하는 구조다. 정기 분배금과 시세차익으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으며, 매월 과세가 이뤄져 장기 투자 시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투자 대상은 주로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으로, 일부 은퇴소득형·배당주형·투자등급 채권형 상품을 섞더라도 본질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성격이다. 수익이 부진할 경우 원금이 줄어들고,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성과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하이일드 채권 발행 기업들의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재무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자 투자자들이 다시 이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와 차별성도 자금 유입 요인으로 꼽힌다.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는 수익이나 배당 규모에 따라 분배금이 달라지지만, 월지급식 공모펀드는 지급액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이라는 특성이 최근 투자자 선택을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가장 빠르게 자금이 유입된 상품은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이 만 그룹과 협업해 단독 출시한 ‘한국투자MAN다이나믹인컴(누적 판매액 5014억 원)’이다. 글로벌 국채, 투자등급 및 하이일드 회사채, 이머징 채권, 구조화 채권 등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현재까지 5014억 원이 판매됐다. 지난달에만 1029억 원이 몰리며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연초 이후 수익률은 5.59%를 기록했다.
아시아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피델리티아시아하이일드’ 역시 같은 달 609억 원이 판매되며 누적 판매액을 끌어올렸고, 수익률은 4.42%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한국투자TIF알아서평생소득’(6908억 원), ‘AB글로벌고수익’(5644억 원) 등이 누적 판매액 성장을 뒷받침했다.
한국투자증권 강규안 펀드상품부장은 "월배당 금융상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유럽·아시아 하이일드 채권과 글로벌 주식형 자산 등으로 투자 대상이 확대되고 있어 하반기 아시아 하이일드 펀드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금리 기조 변화와 고령화, 글로벌 운용사와의 협업 전략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월지급식 공모펀드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2023년 말 3453억 원 규모였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1조 4865억 원으로 330%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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