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가들의 70% 이상이 전기위원회 기능 강화가 시급하다는 데 동의했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에너지 공기업이 사실상 발전량의 전체를 차지하던 과거와 달리 민간이 보유한 소규모 발전소가 17만 곳에 육박하고 있어 전기위의 규제 기능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기업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발전원별·기능별로 재편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31일 서울경제신문이 에너지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35명을 심층 설문한 결과 71.5%(25명)가 전기위 기능 및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전기위도 형식적으로는 독립돼있지만 사실상 산업부 산하에 있어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발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면 시장 감시 및 규제는 독립적인 기관이 수행하는 것이 선진국의 일반적인 에너지 거버넌스”라며 “이를 위해 전기위의 연구·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전력거래소의 시장 감시 기능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에너지 정책에 오랫동안 자문해 온 한 전문가는 “전기요금 결정권도 독립된 기관에서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정책이 탈정치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독립된 감시·규제 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행 전기위 조직으로는 변화한 전력 시장을 감당하기 버겁다는 점도 문제다. 이날 기준 설비용량 20㎿ 이하의 비중앙 발전기 수는 총 16만 8297곳으로 대부분 민간이 소유하고 있다. 2001년만 해도 157곳에 불과했지만 태양광 발전소가 급격히 보급되며 크게 늘었다. 전기위는 신규 발전 허가를 심의하고 출력제어·요금징수에 따른 분쟁 등을 처리해야 하는데 편제 인원은 9명에 불과해 사실상 제대로 된 업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선진국의 에너지 규제 기관은 독립돼 있을 뿐 아니라 직원도 수백~수천 명 단위”라며 “전기위의 인사와 예산을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공기업 통폐합 시동을 거는 가운데 한전 산하 에너지공기업을 개편하자는 데는 응답자의 40%(14명)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은 발전원 성격에 따라 원전·화력·신재생에너지 발전 공기업으로 구분해 중복 사업을 줄이거나 발전·송전·배전 기능에 따라 한전 산하기관을 재배치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발전 공기업을 구조조정 하며 가능한 영역은 민간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응답자의 31.4%는 에너지 공기업 통폐합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단순히 공기업 수가 많다는 이유로 통폐합을 추진하면 곤란하다”며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통폐합에 따른 이익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2001년 한전 자회사들이 분사한 뒤 이제야 시장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무작정 통폐합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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