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한 해외 신용카드 정보를 국내 위장 가맹점 단말기에 입력해 30억 원대 허위 결제를 벌인 사기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여기에는 카드사 정산 구조의 시차와 모바일 결제 확산을 노린 신종 수법이 활용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2일 브리핑을 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국내 모집책 4명을 검거해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위장 가맹점 명의 대여자 28명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중국에 체류하며 범행을 지휘한 한국인 총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피의자들의 국적은 한국·중국 등이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은 먼저 스미싱으로 유포한 악성 앱을 통해 외국인 피해자의 카드 결제 정보를 빼냈다.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CVC까지 확보한 뒤 국내 위장 가맹점 단말기를 중국에 밀반출했다. 조직은 이 단말기를 앞에 두고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접촉 결제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이런 방식으로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7만 7341건의 부정 결제를 시도해 3만 9405건이 승인됐다. 피해 금액은 총 30억 원대로 집계됐다. 개별 거래가 건당 5만 원 이하 소액에 집중돼 외국 국적인 카드 명의자들이 눈치채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죄 수익이 현금화되거나 가상자산으로 중국 측에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조직이 국내 카드사 정산 구조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신용카드는 국내 가맹점에서 사용될 경우 대금이 5일 이내 정산되지만, 최종 거래 확인까지는 약 90일의 시차가 발생한다. 조직은 이 시간차를 노려 대금을 빼낸 뒤 잠적을 시도했다.
스미싱과 NFC 결제가 결합된 이번 사건은 금융 범죄 수법이 한층 더 진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주로 실물카드를 위조해왔던 범행이 정보 탈취와 모바일 결제로 옮겨간 셈이다. 특히 실물 카드를 소유하지 않아도 정보 입력으로 결제가 가능한 NFC 방식은 범행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이번에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범죄 조직과 연계된 신용카드 사기 범죄가 확인됨에 따라 관련 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강도 높은 단속 활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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