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선 대학병원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현장 목소리가 나왔다. 단순히 동네의원 수준의 시범사업으로는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의 협진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K헬스케어·웰다잉 포럼은 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민 삶의 질 회복, 국내 비대면 진료 활용 가능성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성준 원주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비대면 진료는 단순히 대면 진료의 대체재가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증명하려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차 의료기관은 인프라와 투자 여력이 부족해 비대면 진료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며 “지역사회 공유병원 모델을 통해 대학병원이 함께 자원을 제공하고 협진 구조를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원격 협진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강원도의 한 시골 병원에는 투석기는 있지만 상주 의사가 없어 환자들이 매번 두시간씩 대도시 병원으로 이동해야 했다. 시범적으로 원격 협진을 적용하자 대학병원 전문의가 처방을 내리고 환자는 가까운 병원에서 투석을 받을 수 있었다. 박 교수는 “이런 사례가 정착하려면 상급병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한발 앞서 원격진료를 제도화했다. OECD 39개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18대 국회에서 첫 법안이 발의된 이후 15년 넘게 논의만 이어졌지만 번번이 폐기됐고 코로나19 당시 시범사업 이후에도 제도화가 지연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도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조차 2022년부터 원격진료를 전면 개방하며 한국보다 앞서갔다. 사우디는 국가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5월부터는 인공지능 의사를 초진 단계에 투입해 초기 진단을 내린 뒤 인간 의사가 최종 검토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공공성과 산업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라며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학병원 중심의 협진 모델과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