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는 6년 전 공시가격이 엉터리로 책정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101동 전용 170.98㎡의 33가구가 12층부터 최고층까지 가격 차이 없이 모두 26억 원으로 산정된 것이다. 조망권에 따라 수억 원의 시세 차이가 발생하는데 공시가격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국토교통부가 감사에 돌입했고 한국감정원 직원의 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한국부동산원이 전담하는 공시가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1차 검증을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한다. 올해 서울·경기·충남 등 지자체 3곳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부동산 공시가격 검증을 전국 9곳으로 대폭 넓히기로 한 것이다. 실거래가격 역전현상 등 ‘엉터리 공시가격’ 논란을 해소하고 공시가격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2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2026년 부동산 공시가격 검증지원센터 시범연구사업’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공시가격 검증지원센터는 각 지자체에 설치돼 정부가 수행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과정 전반을 검증하는 기구다. 이번 연구용역의 주요 과제는 ‘관할 지역 내 표준 부동산 선정 및 부동산 특성에 대한 의견 제시’ ‘공시가격 선정과정 참여 및 분석보고서 작성’ ‘이의신청에 대한 1차 검토 보고서 작성’ 등이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검증지원센터를 대구·인천·대전·충북·전남·경북 등까지 확대하는 데 맞춰 운영 매뉴얼 등을 제공하기 위해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공시가격 검증은 그동안 한국부동산원의 이른바 ‘셀프 검증 시스템’으로 운영해 각종 신뢰도에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 일부 단지는 공시가가 실거래가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역전현상도 벌어져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시가격의 적정성과 균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부는 이에 2023년부터 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 1차 검증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일부 이양했다. 또 지자체의 공시가격 검증센터가 문제를 제기한 사안에 대해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심의하도록 절차도 마련했다.
이번에 전국적으로 공시가격 1차 검증을 확대하면서 균형성과 신뢰도 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공시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해도 안 되지만 낮아도 안 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높아질 경우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에서 보유세 부담이 덩달아 커지게 된다. 공시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선정될 경우 지방의 빌라 등에서 전세보증을 받을 때, 주택가격도 낮게 산정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이 거절될 수 있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지자체 내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검증할 필요가 높아졌고 더 많은 지자체가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제도와 관련해 대국민 인식 조사를 한 결과 공시가격의 균형성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됐다”며 “공시가격을 책정하는 부동산원과 1차 검증을 맡는 지자체로 권한을 분리하면 균형성, 객관성, 신뢰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와 더불어 지자체의 검증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국토연구원의 검증 지원 절차도 마련할 방침이다. 개별 지자체마다 부동산의 특성이 다른 만큼 통일된 메뉴얼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국토연구원이 총괄해 조정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편에도 착수했다. 공시가 현실화율은 공시가격이 실제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현실화율이 오르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자동으로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뒤 윤석열 정부에서 중단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재가동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집값이 많이 뛴 곳이라든가 부촌의 상황도 살피고,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국민 세금만 늘어나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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