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일반 기업 수 감소가 유력해 보인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기업공개(IPO) 제도를 개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상폐됐거나 확정된 기업(투자신탁·펀드·스팩 제외)은 신세계건설·청호ICT·동원F&B·이아이디(093230) 등 총 4곳이다. 거래소의 상폐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만 11개 회사가 퇴출 대상이 된 셈이다.
이 가운데 쌍방울(102280)·세원이앤씨(091090)·웰바이오텍(010600)·국보(001140) 등은 올해 상반기에 가처분을 신청한 만큼 연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달 2일부터 정리매매를 진행하고 있는 이아이디는 올해 2월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달 28일 기각 결과가 나와 상폐 수순을 밟게 됐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 수는 5개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 동기(10개) 대비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현재 하반기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IPO 절차를 추진 중인 기업도 명인제약이 유일하다. 당초 소노인터내셔널이 연내 상장을 준비했지만 일정을 순연했으며 ‘IPO 삼수생’ 케이뱅크는 아직 예비 심사 청구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최근 코스메카코리아의 이전 상장이 무산된 만큼 올해 코스피 진입 기업이 10개 이하가 될 가능성도 크다. 이마저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양홀딩스에서 분할한 후 재상장 예정인 삼성에피스홀딩스, 삼양바이오팜이 포함된 수치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코스피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보다 퇴출되는 일반 상장사 수가 많아지게 된다. 이는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불안정하던 2020년의 경우 상장과 상폐가 각각 8건으로 기업 수에 대한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에는 진입 14건, 퇴출 6건으로 코스피 상장사 8곳이 순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간 퇴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심사해왔고 진입에 대해서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통상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현재 펀드 등을 제외한 코스피 기업 수는 총 819개다. 이처럼 코스피 시장에서 12년 만에 기업 수가 줄어들게 된 배경으로는 상폐 및 IPO 규제 개선이 꼽힌다. 올해 1월 금융 당국과 거래소는 자본시장 건전화를 위해 상폐와 IPO 제도 강화에 나섰다. 상폐의 경우 시가총액과 매출 요건을 대폭 상향했으며 개선 기간도 단축됐다. IPO와 관련해서는 올 7월부터 기관투자가 배정 물량의 30% 이상(2026년부터 40%)을 의무보유확약 신청 기관에 우선 배정하도록 강화했다. 만약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떠안아야 한다. 코스닥 예비 상장기업에 비해 코스피는 공모 물량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은 시장 정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기업에 대한 본질적인 평가를 통한 가치투자가 가능하도록 시장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건전화를 위해 상장기업 수 감소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신규 상장기업 수가 퇴출보다 많고 이마저도 가처분 및 이의 신청으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부실기업을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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