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선종한 고(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을 복자(福者)로 추대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시복 재판을 3일 서울대교구청에서 개정했다. 이는 김 추기경이 공경할 대상(복자)이라고 교회가 공식적으로 선포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일종의 예비 심사다. 이후 교황청 시성부가 본심사를 하게 된다. 서울대교구의 예비 심사는 증인 신문, 현장 조사, 재판 문서 번역 등의 절차를 거치며 1∼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열린 예비 심사 법정 개정식에는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 시복시성위원장 구요비 주교, 김 추기경의 생애 및 덕행과 명성을 연구해 온 역사전문가위원회 등이 참가했다. 예비 심사 후 교황청 시성부가 본심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긍정적이면 교황의 승인을 거쳐 가경자(可敬者·영웅적인 성덕이나 순교 사실이 인정된 ‘하느님의 종’에게 잠정적으로 붙이던 존칭)로 선포한다. 이후 기적 심사를 통과하면 성인(聖人)의 전 단계인 복자로 시복된다. 복자를 성인으로 선포하려면 새로운 기적 심사가 필요하다. 복자는 지역교회에서, 성인은 전 세계 교회에서 공경의 대상으로 삼는다.
서울대교구는 2023년부터 김 추기경의 시복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 18일 교황청 시성부로부터 시복 추진에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의미인 ‘장애 없음(Nihil Obstat)’ 승인을 받았다. 교황청 승인을 받은 공식 시복 추진 대상자에게는 '하느님의 종'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수 있다.
정순택 대주교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서울대교구 제11대 교구장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시복 추진에 관한 담화’에서 “김 추기경은 개인적 덕행의 모범, 한국천주교회의 성장과 위상을 높인 공헌, 우리나라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노력 등으로 교회를 넘어 시민 사회 안에서도 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고 고인의 삶을 돌아봤다. 이어 “그리스도의 참다운 제자의 모범을 보여준 김 추기경의 시복 추진은 우리가 참다운 신앙인이 돼가는 여정”이라며 “추기경의 삶과 영성을 심화시키는 기도와 현양 활동에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청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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