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80대 고객이 KB국민은행 부산진구 당감지점을 찾았다. 그는 자신의 정기예금 4억여 원을 모두 해지해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 고객은 돈을 가져가기 위해 가방 2개를 가져왔다. 은행 책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매뉴얼에 따라 고객에게 해지한 돈의 사용처를 물었지만 고객은 빠른 처리만 요구할 뿐이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은행은 당감지구대에 협조를 요청했다. 출동 경찰관이 고객의 자녀와 전화 통화 끝에 보이스피싱임을 알게 됐고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당감지점은 KB국민은행의 보이스피싱 대응 노력이 성과를 거둔 대표 사례다. KB금융(105560)그룹은 한 발 더 나아가 전 계열사의 보이스피싱 예방 체계를 전면 강화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인원을 늘리고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고도화해 더 많은 범죄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KB금융그룹은 이 같은 보이스피싱 대응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우선 KB국민은행은 기존 11명이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인원을 25명으로 늘렸다. 증원된 인원은 보이스피싱 예방의 핵심인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며 최근 피해가 급증하는 범죄 유형을 분석해 집중 탐지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또 국민은행은 AI가 스스로 피해 사례를 분석해 수상한 거래 패턴을 미리 찾아내고 계좌 지급정지 같은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한다. 올 10월 정부 차원의 보이스피싱 AI플랫폼이 구축되고 데이터가 축적되면 고객별로 더욱 정교하고 맞춤화된 탐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모니터링을 통해 1306건, 금액으로는 약 225억 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연령별 주요 보이스피싱 유형을 명시한 맞춤형 금융 사기 예방 진단표도 적극 운영 중이다. 은행은 경찰청과 협업해 영업점에서 고액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경찰 출동 가능성이 표시된 연령별 맞춤형 진단표를 통해 고객이 스스로 보이스피싱 피해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고객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하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즉시 경찰 출동을 요청하고 있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KB국민카드는 기존 거래 이력에 대안 정보까지 포함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상거래를 탐지하고 이상거래로 판별된 경우 자동 문자메시지 전송과 거래 정지 등 자동화된 모니터링을 적용하고 있다. KB라이프는 올 1월부터 전 금융권에 확대 시행된 책임 분담 기준에 맞춰 고객 피해 구제 절차를 정비하고 고객센터 접수, 소비자 보호 파트 심사, 심의회 의결 등을 거쳐 최종 배상 비율을 결정하는 체계적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사고 발생 고객에게는 2개월간 이자 감면을 제공한다. KB증권은 올해 돈세탁(AML) 금융사기방지부를 신설하고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및 일괄 지급 정지 서비스를 24시간 운영 중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전사적 차원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 신뢰를 제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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