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한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던 중 애플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Siri)’ 덕분에 극적으로 목숨을 구한 사연이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더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엠마 루이즈 켈리(34)는 지난 1월 11일 저녁 식사 후 영국 랭커셔주 자택으로 돌아온 뒤 당시 남자친구였던 리 토마스(45)에게 30분 넘게 폭행을 당했다. 토마스는 켈리를 성폭행했으며 폭언까지 퍼부었다. 켈리는 이 과정에서 뇌진탕과 전신 타박상을 입었다.
켈리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죽는 줄 알았다. 절망적이고 무력했다”고 말했다. 폭행이 시작된 지 약 10분쯤 지났을 때, 필사적으로 “시리야, 999(영국 응급 상황 서비스 번호)로 신고해”라고 외쳤고, 시리는 즉시 긴급 서비스에 연결했다. 경찰은 발신지 추적을 통해 약 2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범행 중이던 토마스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토마스는 마약 범죄로 징역 4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전과자였으며, 사건 당시에도 약물에 취해 있었다. 그는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9년 4개월을 선고받았고, 성범죄자 등록 및 피해자 종신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목숨을 구한 켈리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그는 “시리가 내 목소리를 듣고 신고하지 않았다면 지금 난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른 여성들에게 학대나 폭행을 당해도 숨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