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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걸음걸이'가 세계 최악의 흉물?"…열병식에 등장한 중국군 걸음 논란, 왜?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톈안문에서 중국 군인들이 80주년 전승절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에서 행진하고 있다. EPA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열병식은 첨단 무기 공개와 더불어 군인들의 독특한 행진법으로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은 관절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쳐드는 방식으로 행진했다. 일명 '정부(正步)'라 불리는 이 행진법은 관절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는 방식이 특징이다.

중국은 이 '정부' 행진에 대해 고도로 훈련된 군대의 위용을 상징하며 국가적 자긍심을 드러내는 전통으로 여긴다. 실제로 중국 국민 대다수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의무 군사훈련을 통해 이 걸음걸이를 경험한다. 최근에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경찰에 이 행진법을 도입하며 본토와의 동화를 상징하는 제스처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방 세계에서는 이 같은 행진법을 '거위걸음'이라 부르며 권위주의 체제를 상징하는 행태로 비판한다.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춰 경직된 자세로 걷는 이 방식은 고도로 규율된 군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전체주의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 걸음걸이는 18세기 프로이센이 창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19~20세기에 걸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특히 나치 독일과 소비에트연방(소련)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하면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제식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20세기 영국의 저명한 작가 조지 오웰은 이 '거위걸음'을 '벌거벗은 권력에 대한 단순한 긍정'이라고 맹렬히 비판한 바 있다. 그는 "피해자들 앞에서 인상을 쓰는 깡패처럼 '그래, 나는 추하고 너는 감히 나를 비웃지 못한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안에 내재된 폭력성과 권위주의를 통렬하게 꼬집었다.

현재 '거위걸음'은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북한, 쿠바 등 일부 국가에서 군사 의전의 중요한 부분으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대체로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행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국가 체제와 군대의 역할에 대한 각기 다른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열병식에서 중국이 '정부' 행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내부적으로는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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