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받은 간의 절반 가까이가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이식학회는 환자들의 높은 재음주율로 소중한 장기가 다시 위험에 처하는 사례가 많다며 제도적 대책 마련과 지방 의료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간이식학회는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간 이식 현황과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학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간 이식 환자 가운데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는 24.6%를 차지했다. 특히 뇌사자 간 이식 환자 420명 중 191명(42.4%)이 알코올 환자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같은 해 생체 간 이식에서도 전체 1081명 중 170명이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로 조사됐다.
이광웅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대한간이식학회 회장)는 “술을 계속 마시면 간이 빠르게 손상돼 이식 수술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수술 이후에도 금주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 기증 간이 다시 위험해진다”고 지적했다.
의료 인력 감소도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실제 간 이식 건수는 2023년 1501건에서 지난해 1262건으로 줄었다. 양광호 부산의대 교수(균형발전위원장)는 “지방 의료기관은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응급 간 이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는 정부에 ‘타 권역 뇌사자 간 적출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뇌사자가 지방에서 발생했을 때 전문 인력이 없으면 대형병원 외과 의료진이 현장에 파견돼 장기를 적출하고, 동시에 수혜자가 있는 병원에서 이식 준비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파견 의료진에 대한 수가 책정 등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간이식학회는 5~6일 인천 그랜드 하얏트에서 국제학술대회 ‘리버 트랜스플랜테이션 업데이트 2025’(Liver Transplantation Updates 2025, LT Updates 2025)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연구회에서 학회로 전환된 뒤 두 번째 국제 행사로, 국내외 전문가 약 400명이 참석한다.
학회는 행사에서 △간이식 환자의 간세포암 재발 관리 △간 재이식의 적응증과 예후 △생체 간이식의 적응증 확대 △수술실 실제 경험 △간 기능 보조팀의 역할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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