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에 나타난 또 하나의 볼거리는 스마트글래스였다. 지난해만 해도 스마트글래스를 표방한 제품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겉보기에 안경·선글라스와 다르지 않은 디자인의 스마트글래스를 들고 나온 기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스마트글래스의 활용 가능성과 잠재성이 커지면서 이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 전시장 곳곳에서 스마트글래스를 출품한 기업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대형 기업 중에서는 중국 기업 TCL 전시관에 있던 ‘레이네오’ 부스에 참관객이 몰렸다. 레이네오는 TCL의 기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설립된 곳으로 증강현실(AR) 안경을 주요 제품으로 내놨다. 레이네오는 이날 ‘레이네오 에어3s’, ‘레이네오 X3프로’를 포함해 세가지 제품을 전시했다.
특히 이중 X3프로 제품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다. 안경 알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메타가 출시한 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마트글래스의 얼굴 마담격인 ‘레이벤메타2’보다 기술적으로 한 단계 나아간 제품이다. 카메라와 스피커를 활용할 수 있는 점은 같지만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만큼 활용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직접 써보니 명암비가 크지는 않았지만 디스플레이를 통해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영상도 볼 수 있었다. 메타 역시 마이크로액정표시장치(LCoS)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차세대 제품을 이르면 오는 9월 출시한다.
현장에서 만난 레이네오 관계자는 “X3프로 제품은 회사가 심혈을 기울인 제품으로 올해 10월께 출시를 추진 중"이라며 "가격은 1500달러선으로 형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상하는 AR글래스 시장을 주도하고 대중화에 성공한 인기 제품을 내놓은 곳은 단연 미국 기업 메타다. 하지만 부품 생태계를 쥐고 있는 중국 기업들도 이 분야에서 가성비 높은 제품을 내놓는 등 두각을 보이고 있다. 혁신 기술 기업들이 주로 모인 23구역의 IFA넥스트 전시장 현장에서 만난 스마트글래스 기업들도 대부분 중화권 기업들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스마트글래스 ‘블리크업’은 스포츠 전용 스마트글래스를 제조한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실용성을 좋아하는 유럽인들을 겨냥해 카메라 촬영, 음악 청취가 가능하면서도 착용감이 좋은 스포츠 고글 형태의 선글라스를 홍보하고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모든 스포츠를 지원할 수 있다”며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떄 고프로 같은 액션카메라를 쓰는데 우리 제품은 이를 대체할 수 있으면서 음악 청취 같은 다른 활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만 스마트글래스 기업 ‘래티튜드52N’의 전시 부스도 참관객들로 붐볐다. 래티튜드52N는 현재 3개의 선글라스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 각 디자인마다 아시아인과 유럽인의 얼굴형에 맞춘 제품을 내놓고 있다. AI 모델로는 구글의 제미나이를 활용하며 카메라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구명 모양으로 5개의 마이크가 달려 크지 않은 목소리도 잘 인식한다. 실제 이날 AI 통역 기능을 체험해본 결과 스피커로 들어온 중국어가 영어로 통역돼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영어로 전달됐다.
이 회사 설립자 개리 첸 씨는 “제품은 올해 12월 고객들에게 배송될 예정이며 그 전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향후 기술 발전을 지켜본 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글래스 시장 개화를 노려 주변 액세서리를 파는 기업들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회사 키위는 메타 스마트글래스와 호환되는 무선 충전 배터리를 선보였다. 안경 다리 끝에 블루투스 이어폰처럼 생긴 배터리를 결합해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하면서도 충전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이었다.
키위 관계자는 “우리는 메타와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기존 XR기기용 액세서리에서 이번 선보인 무선 충전기를 시작으로 스마트글래스로 제품 생태계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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