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진 없이 간암 환자에게 약제를 투약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을 삭감한 처분에 대해 법원이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A 학교법인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삭감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6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 학교법인이 부산에서 운영 중인 병원에 B씨가 내원했고, 의료진은 B씨에게 간세포암종 악성신생물 진단을 내리고 렌비마 캡슐을 처방했다. 이후 병원 측은 심평원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국소 치료가 불가능한 암환자라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해당 약제는 ‘암환자에게 처방·투약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요양급여 327여만원과 의료급여비용 386여만원에 대해 각각 감액조정 처분을 내렸다.
이에 학교법인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인 측은 "암이 림프절에 전이된 것이 확인됐고, 약제 투여는 세부기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평원은 “국소치료 불가능 여부는 다양한 환자의 개별적 상태를 모두 반영하여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학제 진료나 협진을 통해 판단했다면 심사 시 이를 반영할 수 있었겠지만, 병원에서 이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학교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소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라는 인정기준은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판단 영역이다”며 “전문지식을 갖춘 기관이 필요한 검사를 거쳐 신중하게 진단한 경우, 중대한 오류나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 한 가급적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B씨는 2021년 10월, 다른 병원에서 CT 검사 결과 간 종괴 소견을 받고 원고 병원으로 추가 검사를 의뢰했다”며 “MRI 검사 후 간암이 의심되어 약제를 처방한 것이 요양급여 적용기준에서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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