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미국 모토로라가 한국의 삼성전자를 제치고 출하량 기준 2위에 오르면서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존재감 제로’에 가까운 브랜드였던 모토로라가 글로벌 무대에서는 초대형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에서 모토로라는 점유율 28%를 기록하며 1년 만에 두 배 성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였던 점유율이 9%로 12%포인트 급락해 3위로 밀려났다. 1위는 45%를 차지한 중국 화웨이가 차지했다.
모토로라의 약진 배경으로는 올해 4월 출시한 신제품 ‘레이저(Razr) 60 시리즈’가 꼽힌다. 모리스 클레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 연구원은 “올 2분기 미국 폴더블폰 시장은 가격 전략이 승부처였다”며 “모토로라가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레이저 60 기본형의 미국 출시 가격은 699달러(한화 약 97만원)로, 삼성의 ‘갤럭시 Z플립7’ 출고가 1099달러(한화 약 153만원)보다 약 56만 원 저렴하다.
업계에선 “모토로라의 돌풍이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웨이에 이어 모토로라까지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면서, 폴더블폰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해 온 삼성전자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구나 애플마저 내년 하반기 첫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가격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 IT 전문 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삼성은 이달부터 미국 온라인 스토어에서 갤럭시 Z플립 시리즈 전 모델의 가격을 150달러(한화 약 20만원) 인하했다. 출시 두 달도 안 돼 대폭 할인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폰 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에서 성숙기로 넘어가고 있다”며 “각 제조사의 가격 전략과 혁신 기술이 향후 점유율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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