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입시에서 기업과 손잡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경쟁력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학비 부담은 줄이고 취업 걱정까지 덜어주는 제도로, 기업은 맞춤형 우수 인재를, 학생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8일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에 따르면 2026학년도 입시에서 특히 반도체 분야 계약학과의 인기가 뜨겁다. 반도체 인력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대학과 협약을 맺고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연세대(서울)·포항공대·KAIST·GIST·DGIST·UNIST 등 7개 대학과 협력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국내 최초의 삼성전자 채용조건형 학과로,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 입사가 보장된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서울)·서강대·한양대(서울) 등 3곳과 손잡았다. 이들 대학 반도체학과에 입학하면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 보조, 국내외 연수, 인턴십 기회까지 제공된다. 졸업 후에는 SK하이닉스 입사가 보장된다.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 모빌리티, 통신 등 첨단 산업 전반으로 계약학과가 확대되는 추세다. 성균관대는 올해 삼성SDI와 함께 배터리학과를 신설했고, 고려대는 현대자동차와 스마트모빌리티학부를 열었다. 가천대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공학과를, 숭실대는 LG유플러스와 정보보호학과를 운영 중이다.
높아진 인기만큼 합격선도 치솟았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가채점 기준,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정시 예상 합격선이 269점으로 한의대 수준에 올랐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도 266점으로 약대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서울권 의대와 치대가 각각 276~292점, 272~283점 선인 점을 감안하면 ‘의·치·한·약’ 못지않은 인기 학과로 자리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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