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의 합병증과 재발 위험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잇달아 개발했다. 기존 평가 방식보다 정확도가 높아 환자 맞춤형 관리와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연구팀은 65세 이상 입원 환자의 섬망·낙상·욕창 등 주요 합병증 발생 위험을 입원 첫날 예측할 수 있는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2021년 5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입원한 노년 환자 2만 1757명의 전자의무기록(EMR)을 머신러닝 기반 AI 모델로 분석해 △임상 허약 척도 △혈청 알부민 △CRP △혈색소 △복용 약물 수 등 5개 핵심 지표를 도출했다. 이를 토대로 개발된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83.7%로 기존 임상 허약 척도(79.8%)나 단순 연령(63%)보다 높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척도를 의료정보시스템에 적용해 고위험군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고 있다.
폐암 분야에서도 AI 기반 예측 모델이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조기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1년 내 재발 가능성을 산출하는 ‘레이더 케어(RADAR CARE)’를 구축했다. 임상·병리·CT 검사 결과를 함께 반영하는 트랜스포머 기반 딥러닝 모델로 2008~2022년 수술받은 환자 1만 4177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병기와 무관하게 레이더 점수가 높은 고위험군은 1년 내 재발률이 10%에 달했다. 중간위험군은 5%, 저위험군은 1%로 집계됐다. 같은 병기에서도 고위험군은 저위험군보다 재발·사망 위험이 최대 9배 높았다. 연구팀은 “수술 직후 레이더 점수와 추적 과정의 변화에 따라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점수가 지속적으로 높으면 적극적 치료가, 시간이 지나 낮아지면 추적 검사 간격 단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조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대체로 빨리 발견해 수술까지 일찍 할 경우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마냥 안심하기 어렵다”면서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같은 병기라도 치료 결과가 달라지는 걸 보면서 고민한 결과인 만큼 더 많은 환자들이 안심하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소중히 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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