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북한 식당이 새로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모스크바 남동부에 있던 옛 패밀리 레스토랑 ‘베르바’ 자리에 최근 ‘평양관’이라는 이름의 북한 식당이 들어섰다.
지역의 이색 식당을 소개하는 텔레그램 채널 ‘postolovkam’은 평양관에서 실제 북한 여성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채널은 “제복 차림의 젊은 여성 직원들은 마치 항공사 승무원을 연상케 한다”고 묘사했다.
평양관에서는 라면, 비빔밥, 한국식 바비큐, 김치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한다. 채널 운영자는 약 44달러(6만7000원)를 내고 치킨 윙, 김치찌개, 매운 된장국, 민물 농어찜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운영이 다소 혼잡해 음식이 느리게 나오거나 주문과 다른 메뉴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한 달쯤 지나 정리가 되면 방문하는 게 좋겠다”고 평가했다. 또 “기다리는 동안 러시아어로 된 북한 잡지를 읽거나 강렬한 음악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치찌개 금액이 과다 청구됐다고 주장하면서 “공산주의자들도 돈 뜯어내는 건 자본가 못지않다”고 농담했다.
이 식당은 러시아 현지인만 손님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리뷰에 따르면, 직원은 한 손님에게 러시아 국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권까지 요구했다. 리뷰 작성자는 “러시아어가 서툰 북한 여성 직원이 우리 국적과 출신지를 계속 캐물었다”며 “여권이 없다고 하자 ‘러시아인이고 남한에 가본 적도 없다’고 답했지만,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해외 노동자를 파견해 식당을 운영하며 외화를 벌어왔다. 중국, 동남아시아, 몽골 등지에 진출했지만 유엔 제재로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NK뉴스는 “여전히 북한 식당들이 정권을 위해 외화를 벌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새로 문을 연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에서 이번에 문을 연 평양관은 2009년 개점한 ‘고려’ 식당 이후 두 번째 북한 식당이다. 고려 식당은 북한 국적의 김연철이 법인으로 등록해 운영을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영업을 이어왔다. 이곳 역시 북한 여성 직원을 고용했고, 외국인과 한국인 손님도 종종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상 2021년 폐업 처리됐지만 실제로는 현재까지 영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