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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美 구금 사태, 비자 확대보다 중요한 건

유민환 산업부 차장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005380)·LG에너지솔루션(373220) 공장 체포·구금 사태 소식을 접하고 머리 속을 스쳐간 것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였다. 한국은 올 7월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에 조선업 분야를 비롯해 3500억 달러(약 486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그런데 일종의 가이드라인일까. 미국 정부는 그동안 미 현지에서 공장 설립 등 업무를 보는 데 문제가 없었던 단기 상용 비자(B-1)에 갑자기 ‘태클’을 걸었다. 동맹국에 사전 통보도 없이 단속은 기습적으로 이뤄졌고 한국인 노동자들이 뒤돌아 손을 올리고 수갑과 쇠사슬이 채워지는 영상이 그대로 노출됐다. 굴욕감을 심어주기 부족함이 없었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미국에 투자는 하되 한국인의 일자리를 늘리지 말라는 시그널을 확실히 줬다. 앞으로 3500억 달러 투자 펀드를 통해 미 현지 조선소와 일관 제철소, 로봇 공장 등이 지어질 텐데 한국 인력이 미국에 들어가는 일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다.

문제는 미국에는 이 같은 첨단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대체 인력도 없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태 이후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단속한 것은 옳은 일”이라며 “한국의 인력을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나 컴퓨터, 선박 제조 등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게 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술과 노하우 전수만 하고 한국은 빠지라는 말로 들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적인 수준의 국내 조선업 기술을 탐내는 발언을 꾸준히 이어왔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성과가 양국 모두에게 분배될지 의문이 든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 이후 급하게 비자 확대에 나섰다. B-1 체류 자격에 대한 해석을 최대한 광범위하게 넓히고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할당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역대 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 호주 등 국가에 비해 미국 취업 비자 문제를 방치해왔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태의 근본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 협력은 일방적으로 한쪽이 수혜를 받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비자 확대를 넘어 한국의 대미 투자 방향을 점검하고 한미 동맹 관계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한미는 한 달 넘게 3500억 달러 미국 투자의 세부 내용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의 (기존) 요구 조건이 너무 엄격했다”면서 “만약 거기에 동의했다면 내가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협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혹여 미국이 과도한 기술이전과 한국인 일자리 제한을 요구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든다.

한미 고위 관계자들의 회동 때마다 나오는 단골 건배사가 있다.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구호다. 우리는 지금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이 가고 있는 것일까. 지지부진한 관세 협상의 결과가 좋은 답을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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