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뒤 쏟아지는 졸음은 단순한 피곤이 아니라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일본 기타사토대 기타사토종합연구소병원 당뇨병센터장 야마다 사토루는 신간 ‘당질 혁명’(이아소)에서 그 원인을 ‘당질 피로’에서 찾았다. 당질 피로란 식사 직후 혈당이 140㎎/㎗ 이상 급격히 오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단순 불편함을 넘어 장기적으로 당뇨병, 비만, 고혈압 등 대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복 혈당 이상이 나타나기 전 이미 식후 고혈당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어느 시점 이후에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는 점에서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 실제로 동양인의 절반은 고혈당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혈당 관리를 위해 식습관의 작은 변화를 권고한다. 우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음식 섭취 순서도 중요하다. 채소, 육류, 생선 등을 먼저 먹고 밥이나 빵은 식사 시작 후 20분이 지난 뒤에 먹는 것이 혈당 안정에 유리하다. 지방 역시 혈당 관리 차원에서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흰쌀밥만 먹었을 때보다 두부·달걀·마요네즈를 곁들였을 때 혈당 상승 폭이 더 낮게 나타난 실험 결과가 있다.
패스트푸드 역시 섭취 방법만 조절하면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당질을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을 보완한다면 햄버거 같은 음식도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주먹밥보다 햄버거가, 닭가슴살보다 튀김에 마요네즈를 곁들인 조합이 오히려 혈당 안정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탄수화물 중심 식사보다 단백질과 지방을 적절히 섭취하는 편이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로카보(저당질)’ 식단 원칙이 제시된다. 하루 당질 섭취량을 70~130g 이내로 제한하고, 칼로리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단백질·지방·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당질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으며 천천히 먹고 당질은 식사 마지막에 섭취하는 습관이 권장된다. 한 끼 기준으로는 약 40g의 당질 섭취가 적정선인데 이는 주먹밥 1개 또는 흰쌀밥 100g에 해당한다.
저자는 점심 이후 졸음을 단순한 피곤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혈당 관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식습관 조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후 혈당 스파이크를 방치할 경우 업무 효율 저하는 물론 장기적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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