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거나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외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성균관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최백용 교수 연구팀은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2만4278명을 대상으로 통근 시간과 외로움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수송과 건강 저널(Journal of Transport & Health)’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서울서베이 2023 외로움 문항’을 활용해 두 가지 측면에서 외로움을 측정했다. 하나는 ‘가족 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 다른 하나는 ‘가족 외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다. 그리고 통근 편도 시간을 기준으로 △30분 이하 △31분 이상~60분 이하 △60분 초과 등 세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출근 시간이 60분을 넘는 그룹은 30분 이하 그룹에 비해 가족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49% 높았다. 가족 외 타인 관계에서의 외로움 위험도 36%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통근 시간이 60분을 초과하는 집단을 다시 교통수단별로 분석했다. 이 중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 외로움이 크게 증가했으며, 대중교통이나 도보·자전거로 출근하는 경우에는 외로움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최백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통근 시간이 단순히 삶의 질 문제를 넘어, 정신적 건강과 사회적 고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며 "통근 시간을 줄이고 사회적 참여를 장려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로움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치매,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201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평균 통근 시간은 58분으로, OECD 평균인 28분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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