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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서만 필리버스터 16건…역대 최다지만 관심은 '뚝'

22대 국회 개원 1년 반 동안 필리버스터 7번

野 박수민 '17시간 12분' 최장 기록 경신

'필버 정국' 반복에 관심은 ↓…무용론도 솔솔

신청하고 자리 뜨는 野에 與, 법 개정 추진

우원식 국회의장이 29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한 의원들이 4박 5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거쳐 5개의 법안 처리를 끝낸 뒤 본회의장을 떠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9.29 연합뉴스




22대 국회가 개원 1년 반 만에 16개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며 역대 최다 횟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필버 정국’ 속 국민적 관심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고, 소수 정당의 의견을 보장하는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가 열린 횟수는 7번이다. 지난해 7월 채해병 특검법(7월 3일)을 시작으로 방통위설치법 등 ‘방송4법’(7월 25일), 민생회복특별법·노란봉투법(8월 1일) 등을 두고 잇따라 필리버스터가 벌어졌다.

올해 대선이 끝난 뒤에도 8월부터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정부조직법 등을 두고 두 달 동안 필리버스터 정국이 이어졌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 반 만에 총 7차례 필리버스터가 시도됐고, 안건 수로 따지면 16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 국회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기록이다. 19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는 단 한 차례 열렸고, 20대와 21대는 각각 2회에 그쳤다. 이번 국회는 횟수와 안건 모두에서 역대 최다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수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13시간 넘게 이어가고 있다. 2025.9.26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최장 발언 시간 기록도 새로 쓰였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시작된 정부조직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서 17시간 12분간 발언을 이어가며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박 의원이 세운 ‘15시간 50분’의 최장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록 경신에도 국민적 관심은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과거에는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법안 내용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의원의 이름도 알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가 너무 자주 열리다 보니 전반적으로 관심이 식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필리버스터 스타’를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번째 필리버스터였던 2012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서는 김광진·은수미·이종걸 전 의원 등이 장시간 발언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당시 11시간 39분 동안 발언하며 당시 최장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금의 국회에서는 ‘필버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현 298명)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종결동의를 요구할 수 있고, 이로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을 종결한 뒤 즉시 표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166석)을 차지하고 범여권 정당까지 더하면 190석에 가까운 현 정국에서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 아닌 ‘하루짜리 토론’에 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날 본회의에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를 위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과 대화하다 이마를 만지고 있다. 2025.9.28 연합뉴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면 본회의장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단과 국무위원들이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상법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24시간 동안 본회의장을 지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후 페이스북에 “지금의 필버는 아무도 듣지 않는 그저 공허한 독백”이라며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필버 제도의 개선이나 대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적었다. 정 장관은 “필버가 아니라 1인당 10분 이내로 10명이 찬반 토론을 하고 무기명투표를 하면 더 좋은 합리적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며 “국회가 너무 삭막해졌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의 끝이 어디가 될지 너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필리버스터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 필리버스터’를 선포하고, 국민의힘 출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토론을 신청한 정당의 본회의 참석을 의무화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22대 국회에선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토론자를 제외하고는 본회의장을 떠나는 광경이 반복됐는데 야당의 참석을 의무화해 필리버스터 신청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다만 필리버스터는 소수 정당에 주어진 최후의 저항 수단이라는 점에서, 법 개정 추진 시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제도 자체를 변질시키는 법안을 준비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국회 내 소수 의견에 대한 배려 장치가 사라지고 완벽한 일당 독재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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