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가족 간 갈등 등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 같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울증으로 직결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만성 스트레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나아가 이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창준 기억및교세포연구단장과 이보영 연구위원 연구팀이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뇌 전전두엽에서 당쇄가 교란을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하는 뇌 분자 메커니즘(기전)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심리적·환경적·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확히 찾기 힘은 우울증 주요 원인의 하나를 연구팀이 밝혀낸 것이다. 연구성과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이날 게재됐다.
연구팀이 찾은 우울증의 직접적 원인은 ‘당쇄화’다. 당쇄는 단백질에 사슬 모양으로 달라붙는 당 물질이다. 당쇄화는 뇌 단백질이 이 같은 당쇄와 결합돼 구조와 기능이 바뀌는 현상으로 다양한 질환의 원인으로 주목받아왔다. 당쇄화의 일종인 ‘O 당쇄화’는 세포 간 신호 전달과 신경 회로의 균형을 유지하는 순기능도 수행하지만 우울증을 포함한 뇌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돼왔다. 관련 연구는 최근에야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정상 쥐와 만성 스트레스를 앓는 쥐를 비교한 결과 스트레스 쥐의 뇌 전전두엽에서 O 당쇄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이어 이 같은 O 당쇄화가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이 쥐의 뇌 전전두엽을 효소 발현 억제 등으로 임의로 조작해 O 당쇄화를 유도했더니 의욕 상실, 긴장 증가와 같은 우울증 증상이 나타났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정상 쥐도 O 당쇄화 조작을 당하면 우울증이 나타났고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은 쥐는 O 당쇄화를 임의로 완화하면 스트레스도 줄었다. 쉽게 말해 스트레스가 O 당쇄화를 다시 O 당쇄화가 우울증을 유발하지만 O 당쇄화를 임의로 억제하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우울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O 당쇄화를 억제하는 약물로 우울증을 치료할 실마리를 찾았다는 의미다. 기존 우울증 치료제는 대부분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원리를 가졌다. 이는 환자 중 절반 정도에만 효과를 보이고 위장 장애나 불안 악화 같은 부작용도 보고돼 새로운 약물 발굴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단장은 “우울증은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이지만 기존 치료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우울증 치료뿐만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조현병 등 다른 정신질환 연구로 확장될 수 있어 보다 광범위한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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