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수면은 적절한 체온과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 아침 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진 요즘, 잠에 들기 어렵다면 ‘수면 양말’을 착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에서 신경세포와 수면 신호를 연구하는 윌리엄 위즈던 교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손발과 같은 말초 부위를 따뜻하게 데우는 것은 자연이 준 수면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미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웅크리거나, 이불을 감싸거나, 보송보송한 양말을 신는다”며 “피부, 특히 손과 발이 따뜻해지면 졸음이 유도된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피부를 따뜻하게 하면 단지 졸음이 오는 것 뿐 아니라 뇌 활동에도 변화를 일으켜 더 오래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60세 이상 남성 46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취침 1시간 전에 매일 6주 동안 족욕을 한 결과, 잠드는 속도와 수면 시간 모두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다른 노인 대상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잠들기 1~2시간 전 최소 10분만 전신 목욕이나 샤워를 해도 사람들은 약 9분 빨리 잠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면 효율(침대에 누워있는 시간 대비 실제 수면 시간)도 좋아졌다.
WP는 “멜라토닌 보충제는 평균 7분, 졸피뎀은 10~20분 정도 더 빨리 잠들게 한다”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 만으로 9분 일찍 잠드는 것은 상당한 효과”라고 평가했다. 주의할 점은 잠자리에 들기 전 체온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후 4시쯤에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한다고 해서 밤 10시에 쉽게 잠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위즈던 교수는 덧붙였다.
손발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은 단순히 몸이 따뜻해져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피부 혈관이 확장되면서 몸 중심부의 체온이 식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우리 몸의 심부 체온은 잠들 때 약 1~1.5℃ 내려가며, 깊은 잠을 유지하려면 이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좋다. 즉 방 온도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은 숙면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단 얘기다. 연구자들은 “취침 전 피부를 따뜻하게 하고, 주변 환경은 시원하게 유지하는” 조합이 숙면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 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보통 약 15.5~19.5℃를 최적 수면 온도로 권장하고 있다.
물론 수면시 적정 온도는 개인차가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조금 더 따뜻한 수면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쾌적한 수면 환경에도 잠이 들기 어렵다면 복용 중인 소염진통제의 영향일 가능성도 있다. WP는 “근육통이나 두통 때문에 잠들기 전 이부프로펜이나 아스피린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는 전신의 작은 혈관들을 수축시켜 따뜻한 목욕이나 수면 양말의 효과를 상쇄시킨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통증 관리와 수면 관리가 모두 필요하다면 의사와 상담하에 대체재를 고려해보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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