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 문을 잠그고 왔던가?"
"내가 차 문을 잠그고 왔던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만한 걱정. 집에 오면 차 상태가, 차에 오면 집 상태가 가물가물하다.
최근 이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제시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선보인 '홈투카(Home-to-Car)' 서비스다.
집 밖에서 가전 제품을 제어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자동차로까지 확대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현대차(005380)·기아(000270)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인 '삼성 스마트싱스'과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연동해 지난달 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고객은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싱스와 연동되는 다양한 가전 기기를 통해서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주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타이어 공기압과 문 열림 여부, 공조 시스템, 잔여 주행거리, 창문 상태, 배터리 잔량 등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문 열림·잠금, 시동 및 공조 가동, 전기차 충전 제어 등 기능을 원격으로 실행 가능하다.
현대차·기아와 삼성전자가 그리는 생활상은 이렇다.
아침 출근 길에 스마트 도어락이 탑재된 문을 여닫는 동작으로 ‘외출 모드’를 작동시키면 집안에서는 모든 조명과 가전의 전원이 꺼지고 로봇청소기가 작동한다. 동시에 차량에서는 자동으로 시동과 공조 기능이 가동돼 운행 준비를 한다. 원하는 대로 설정을 추가해 루틴을 만들 수 있다.
현대차는 "블루링크, 기아 커넥트,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 등 기존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고객들은 스마트싱스 앱에서 계정을 연동하는 것만으로 별도의 앱 전환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싱스는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삼성전자의 제품 외에도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기아의 차량이 더 넓은 IoT 생태계와 연결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모빌리티 산업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구축하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이번 서비스 개시도 단순히 편의 기능을 추가한 개념이 아니라 SDV 전환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SDV 안에서 모빌리티는 스마트폰처럼 끊임없이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데이터를 중심으로 차량과 모바일 기기의 연결성을 강화해 스마트 홈과 스마트 카를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업에서는 외부 플랫폼과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차량 상태를 조회하고 제어할 수 있는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개방했다.
‘카투홈(Car-to-Home)’ 기능으로의 확대도 준비 중이다. 홈투카가 집에서 차를 제어하는 기술이라면 카투홈은 차량에서 집안 기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AI(인공지능) 기반으로 차와 집을 자동 제어하고,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는 기술도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차량은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 공간과 연결되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며, “이번 제휴를 통해 자동차와 일상 생활 전반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경험을 계속해서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홈투카 서비스는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 와 ccIC27(connected car Integrated Cockpit 27)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종부터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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