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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형 IRA, 전기차·태양광 핀셋적용…반도체는 빠져

세수 감소 등 우려 일부업종 한정

현대차 아이오닉 9. 사진 제공=현대자동차·기아.






정부가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 생산 촉진 세제’를 전기차·태양광 등 일부 업종에 한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은 세수 감소와 통상 마찰 우려 등을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올 9월 국내 생산 촉진 세제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의뢰한 연구용역에서 세액공제 효과 분석 대상 업종을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일부 업종으로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산 촉진 세제는 제품의 국내 생산량이나 생산 비용에 따라 해당 기업의 법인세 등을 감면(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까지 적용할 경우 사실상 모든 산업에 대해 도입해야 하고 세수 감소도 과도해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中덤핑 맞서 국내생산 당근책…제조기반 복원 나선다
태양광 모듈 중국산이 60% 장악
전기차 생산·판매량도 감소 추세
국내생산량 비례해 세금 감면 추진
탄소중립·공급망 안정 두토끼 노려
WTO리스크·中 반발 해결은 과제


정부가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적용 대상으로 전기차 및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점찍은 것은 탄소 중립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를 누리면서도 세수 부담과 통상 마찰은 최소화한다는 노림수가 담겨 있다.

‘국내 생산 촉진 세제’는 기업이 국내에서 실제 생산한 물량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 세법은 투자세액공제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생산 및 고용 유지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특히 국내 생산 촉진을 통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제조업 기반을 다시 복원시킨다는 계획이다. 태양광발전의 핵심 부품인 모듈과 웨이퍼·전지 등 핵심 품목의 대부분이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세제 지원을 통한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실제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산 모듈 비중이 최근 60%에 육박하며 국산 제품이 밀려나고 있다. 국내 태양광 보급 시장에서 국산 모듈 비중은 2019년 78.4%에서 지난해 41.6%로 급감한 반면 중국산은 같은 기간 21.6%에서 58.4%까지 증가했다. 국산 태양광 모듈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 필요성이 큰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분야는 세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목표인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확대에도 부합해 우선순위가 높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역시 국내 고용·수출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다만 세액공제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재정 부담을 관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생산 촉진 세제가 도입될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기차 국내 생산·판매량은 2022년 7만 1000대를 정점으로 계속 떨어져 지난해 4만 5000대까지 내려왔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이 줄어들고 있어 생산 촉진 세제 도입을 통해 생산과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만나 “현대차가 잘되는 게 대한민국이 잘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배터리 등 주력 산업은 국내 생산 촉진 세제가 도입되더라도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전략산업까지 포함할 경우 사실상 전 산업 보조금 성격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반도체의 경우 이미 국가전략기술 세제 지원이나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이 집중된 상황에서 생산 촉진 세제 혜택까지 제공하면 산업 간 형평성 문제와 세수 감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도 IRA에서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설계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IRA를 통해 청정에너지 분야 중심으로 생산·투자 세액공제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태양광·풍력 분야에서 폴리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등 부품별로 생산 단가에 연동한 세액공제가 도입됐다. 일본도 2023년 전략 분야 국내 생산 촉진 세제를 시행하며 이 흐름에 발맞췄다. 일본은 전략 분야를 반도체, 전기차, 철강, 기초화학, 지속 가능 항공 원료 등 5개로 제한했다. 전기차와 철강·화학 등 탈탄소 전환 산업은 최대 40%까지 세액공제 적용이 가능하지만 특정 기업이나 특정 산업 지원으로 비칠 소지를 줄이기 위해 탄소 감축 성과 요건을 명확히 하고 승인된 사업 계획에 한해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적용 기한도 최대 10년이며 이월 공제 기간 역시 제한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규범 위반을 피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다.

향후 통상 마찰과 세수 감소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이 태양광과 전기차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할 경우 당장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생산 촉진세가 국정기획위원회의 국정과제에서 빠진 것도 세수 감소 우려가 막판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공제율과 적용 대상 및 기한, 승인 기준을 설계해 세수 부담을 최소화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셈이다.

[단독] 한국형 IRA, 전기차·태양광 핀셋 적용…반도체는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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