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소득처럼 나눠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출시 직후부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며 노후 재원 마련 방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지난달 말부터 해당 제도를 우선 시행한 가운데 8영업일 동안 600건이 넘는 신청이 몰리며 초기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8일 생명보험협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삼성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교보생명, KB라이프 등 생보사 5곳에 총 605건의 유동화 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 초년도 지급액은 약 28억 9000만 원이며 1건당 평균 지급액은 약 477만 원으로 월평균 약 39만 8000원을 수령하는 수준이다.
신청자들의 평균 연령은 65.6세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유동화 비율과 지급기간은 평균적으로 각각 89.2%, 7.9년으로 집계됐다. 많은 신청자들이 유동화 비율을 90% 가까이 높이고 지급기간은 짧게 선택하는 방식으로 월 지급액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연령대별 신청 비중도 뚜렷했다. 65세 이상 70세 미만 신청자가 220건으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 65세 미만이 174건, 70세 이상 75세 미만이 100건으로 뒤를 이었다. 55세 이상 60세 미만은 75건, 75세 이상은 36건이 접수됐다.
신청자 사례도 다양하다. 60대 A씨는 2000년대 초반 가입한 사망보험금 3000만 원짜리 종신보험을 유동화 비율 90%, 지급기간 5년으로 설정해 월평균 21만 9000원을 받는다. 첫해 지급액은 244만 6000원이며 5년간 총 1314만 원을 수령하게 된다. 반면, 70대 B씨는 1990년대 계약한 사망보험금 5000만 원짜리 종신보험을 유동화 비율 90%, 지급기간 20년으로 선택해 월 13만 5000원 수준을 받기로 했다.
유사한 연령대인 또 다른 60대 B씨는 사망보험금 7000만 원짜리 종신보험을 유동화 비율 90%, 지급기간 7년으로 설정해 첫해 446만 원을 받고 총 3436만 원을 수령하게 되며, 월 수령액은 40만 9000원으로 높아진다.
생보협회는 국민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이 약 68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국민연금 수령 전 소득 공백을 메우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 고령자가 노후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월 적정생활비가 약 192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외에 개인연금·퇴직연금·사망보험금 유동화를 병행해야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협회는 제도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주요 민원과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취합해 개선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하는 만큼 소비자가 해당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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