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1월 13일 늦은 오후 갑작스럽게 육·해·공군 중장 31명 중 20명(3분의 2)을 대거 바꾸는 역대급 인사를 단행했다. 명분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 쇄신 및 지휘공백 해소 차원의 물갈이 인사다. 비상계엄 중심에 섰던 육군이 주요 타깃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를 비롯해 육군본부 및 군단장 등의 중장급 핵심 보직자 대부분이 교체 됐다.
합참에 경우 주요 보직자(중장급) 5명 가운데 4명(작전·군사지원·전략기획·정보본부)을 새롭게 임명했다. 국방정보본부장에 공군 출신 김준호(공사 41기) 합참 인사부장을 임명했는데 공군 출신이 임명된 것은 15년 만이다. 최근 10년 내 중장 진급 인사 폭 가운데 최대 규모로 비육사·비육군 출신이 대거 발탁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육사 출신 장성을 솎아 내려다 정작 각 군 작전부대를 지휘·감독하는 최고 군령(軍令)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합동성 강화를 규정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위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핵심 보직인 4개 본부장(중장)급 자리가 한꺼번에 합참 경험이 부족한 인사들로 교체돼 군사대비태세 및 전문성 발휘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육군이 해군 또는 공군 보다 2배수 비율로 더 많게 보임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처럼 합참의 위상으로 볼 때 육군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게 한국군의 현실”이라며 “합동성이 가장 중요한 합참 근무 경험이 적고 합동작전 지휘가 서투른 공군 장성이 주요 보직자에 많이 배치된 탓에 합동작전에 대한 지휘·감독에 있어 합참의 연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제29조는 합참의 각 군 인력은 균형편성을 통해 합동성 및 통합전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육·해·공군, 2:1:1 비율로 보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국군조직법 제9조(합동참모의장의 권한)에 따라 합참이 각 군의 작전부대(전투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최고 군령(軍令) 기관의 위상을 갖기 때문이다.
합참, 육군은 해·공군 2배수 비율로 보직
따라서 육군은 해군 또는 공군의 2배수의 비율로 보임해야 한다. 각 군이 보유한 병력 규모와 사실상 합동작전 주도권을 갖고 있는 육군의 위상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이번 역대급 물갈이 인사 탓에 합동작전 지휘 경험이 많지 않은 공군 장성이 다수가 배치되는 모순이 촉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참 지휘부(중장급 이상)를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육군은 권대원(학군 30기) 합참차장, 강현우(육사 50기) 작전본부장 등 2명이다. 해군은 강동구(해사 48기) 전략기획본부장 1명이다. 반면 공군은 진영승(공사 39기) 합참의장, 구상모(공사 43기) 군사지원본부장, 김준호(공사 41기) 국방정보본부장 등 3명으로 합참이 창설된 이후 중장급 이상 주요 보직을 가장 많이 꿰찼다. 육·해·공, 2:1:3 비율이다.
다만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 해제를 명시한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시행은 내년 1월 1일부터다. 이에 공군 출신이 임명된 국방정보본부장은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변경된다.
이럴 경우 합참 내 중장급 이상 보직은 육군이 합참차장과 작전본부장, 해군이 전략기획본부장, 공군이 합참의장과 군사지원본부장을 맡게 돼 2:1:2 비율이다. 그래도 공군은 육군과 같은 비율로 보직되는 셈이다. 군의 역대급 물갈이 중장 인사 덕분에 공군은 합참 내 중장급 이상 보직을 역대급으로 차지하게 되는 모습이다.
군 소식통은 “현 정권에서 비육사·비육군 기조에 군 조직 쇄신 방침에 따라 합참의장을 비롯해 예전에 공군 출신이 맡았던 사례가 많은 국방정보본부장 등 합참 내 중장급 이상 주요 보직자를 육군이 아닌 공군이 다수 차지해 합동작전 지휘·감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건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공군 출신 장성들이 합동작전 지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합참 지휘부는 육군 출신 장성들에게 다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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