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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입니다… 들키겠어?” 기후동행카드까지 돌려쓴 부정승차

◆5년간 부정승차 31만건·징수 142억

올 10월까지 4만 4500건 적발

20·30대 '찍는척' 통과 비일비재

기동카 청년권도 부정사용 늘어

지하철을 이용하는 한 시민이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인식시키고 있다.연합뉴스




#29세 직장인 이 모 씨는 지난주 퇴근길, 서울 지하철 한 역사에서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앞서 걷던 한 청년이 개찰구 앞에서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곧바로 “삑” 소리 한 번 없이 차단문을 힘으로 밀치고 그대로 승강장 안으로 사라진 것이다. 주변 승객들이 놀라 쳐다봤지만,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역무원이 지키고 있는데도 개찰구 앞에서 교통카드를 찍는 것처럼 손목을 ‘툭’ 튕기고 그대로 지나가는 이른바 ‘찍는 척 통과’가 유행하는 등 20·30대의 지하철 부정 승차 적발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한 번의 충전으로 일정 기간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기동카)를 청년들이 서로 돌려쓰는 사례까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기동카 부정 사용 적발 건수는 지난해 11건에서 올해 10월 말 기준 5674건으로 급증했다. 부정 사용에 따른 징수금 또한 51만 7000원에서 2억 8170만 3000원으로 늘어났다. 공사는 기동카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난 흐름과 맞물려 부정 사용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동카 이용 규모는 지난달 기준 누적 충전 1615만 건, 일평균 이용자 약 72만 명에 달한다. 부정 사용 적발 시 운임의 최대 30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전체 지하철 부정 승차는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총 31만 3217건, 징수금 142억 9008만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놓고 보면 10월까지 이미 4만 4548건(22억 2584만 원)이 적발됐다.



유형별 통계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우대용 카드 부정 사용이 23만 5827건(징수금 109억 3169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할인권 부정이 4만 1870건(18억 8314만 원),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개찰구를 그대로 통과하는 ‘무표 미신고’가 3만 5520건(14억 8465만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할인권 부정은 지난해 대비 올해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유형으로 나타났다.

역무원들도 부정 승차의 중심이 청년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5호선 승강장에서 근무하는 한 역무원은 “예전에는 우대용 무임 카드를 가족끼리 돌려 쓰다 적발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요즘은 출근 시간대 개찰구에서 20·30대가 스마트폰을 보며 ‘태그 없이’ 지나가는 사례가 훨씬 잦다”며 “손목만 가볍게 흔들어 ‘찍는 척’ 통과하는 경우도 있어 바로 잡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동카 청년권 돌려쓰기도 대표적인 부정 사례다. 기동카는 월 6만 2000원에 지하철·버스·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정기권이며 청년권은 만 19~34세가 월 5만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일반권보다 7000원 저렴하다 보니 가족·지인 간 공유하거나 개찰구 인근에서 주고받는 식의 부정 사용이 늘고 있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앞서 9월부터 청년권 할인 적용 대상이 청소년까지 확대돼 현장에서 전체 할인권 부정 사용 여부에 대한 확인 필요성도 더 커진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연령 확인 강화를 위해 게이트 색상 표출과 음성 안내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청년권은 지난해 11월부터 개찰구에서 보라색 불빛(연령 확인 표시)이 뜨도록 개선했고 올해 8월 18일부터는 음성 안내 기능도 적용됐다. 청소년권 역시 10월 18일부터 동일한 보라색 표출 체계가 도입됐다. 공사 관계자는 “청년권 부정 사용이 계속 늘어 현장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며 “적발 시 부가 운임을 엄정 부과해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청년입니다… 들키겠어?” 기후동행카드까지 돌려쓴 부정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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