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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날 때 철도도 뛴다…'아픈 손가락' 오명 벗고 전세계 누비는 현대로템 [biz-플러스]

3년 연속 적자 신세서 환골탈태 성공

약자배려 설계로 호주서 부활 신호탄

동반성장 모델로 K-철도 생태계 강화

이용배 "내년 매출 2조 획기적인 해"

K2 폴란드 3차 계약도 2027년 마무리

중동·남미·유럽 K2 추가 수출 자신감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호주 시드니 센트럴역에서 터거라역으로 향하는 NIF 2층 전동차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드니=심기문 기자




2018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픈손가락’이었던 현대로템이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호주와 우즈베키스탄, 모로코에서 초대형 수주에 성공하며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현대로템은 내년 철도 부문에서만 매출 2조 원 달성을 공언하면서 K2 전차가 이끄는 방산 부문의 활약세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호주 시드니 센트럴역에 현대로템이 제작해 납품한 마리융 2층 전동차가 멈춰서있다. 시드니=심기문 기자


약자배려 ‘濠 맞춤형 설계’로 1.6조 잭팟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의 교통 허브인 센트럴역. 지난달 찾아간 이 역에서는 ‘마리융’이라고 적힌 2층 짜리 전동차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정차를 하고 있었다. 4량짜리 두 대의 열차가 하나의 편성으로 운행하는 이 열차는 현대로템이 창원 공장에서 제작해 납품했다. ‘마리융’은 시드니 지역 원주민 다루그족의 말로 호주의 국조(國鳥)인 ‘에뮤’를 일컫는다.

이 열차는 현대로템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와 총 610량 규모의 신형 도시간 열차(NIF·New Intercity Fleet) 공급계약을 맺고 올 6월 납품을 마친 최신형 전동차다. 프로젝트 규모는 호주에서 나온 단일 철도 프로젝트 중 2위에 해당하는 1조 6000억 원 수준이다.

이날 센트럴역에서 터거라역까지 98㎞를 1시간 30분 동안 타 본 NIF 열차에서는 다른 열차보다 섬세하게 설계된 교통약자 배려 시설들이 눈에 띄었다. 불편함이 없는 승객들은 1·2층을 선택해 탑승할 수 있게 한 동시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노약자, 자전거 이용자는 출입문 바로 옆 전용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휠체어를 탄 승객이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문 폭을 넓혔고 만약 쓰러지더라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벽과 바닥에도 비상벨을 설치했다. 세면대 옆에는 주삿바늘을 안전하게 버릴 수 있는 의료용 폐기물 수거함도 놓아 뒀다.

교통약자를 위한 전용 설계는 철도 수출 이력 경쟁력이 한참이나 뒤처졌던 현대로템이 중국의 중국중차나 프랑스의 알스톰을 제치고 1조 6000억 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핵심 전략이었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글로벌 철도 톱티어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해외 수출 경험이 적은 현대로템이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를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부족한 글로벌 사업 경험을 ‘맞춤형 설계’ 전략으로 정면 돌파했다. 호주는 전체 인구 중 장애인의 비율이 20%가 넘는 국가라 장애인 친화적 열차에 대한 요구가 매우 컸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국가 문화와도 맞물리며 현지 시행청은 교통 약자를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특수한 설계를 업체들에 요청했다.

프랑스의 알스톰과 중국의 중국중차 같은 경쟁사들은 호주 정부의 이러한 요청에 난색을 표했지만 현대로템은 최대한 현지 피드백을 설계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현대로템은 13개월 동안 시각·청각 등 각 유형의 장애인 단체와 노인 협회, 기관사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과 215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고 회의를 통해 이뤄진 수정 사항은 2871건에 달했다.

진양테크 소속 직원이 철도 구조물 생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메리보로=심기문 기자


해외생산 내걸어도 부품은 모두 K-철도 생태계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메리보로 현대로템 공장.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진양테크가 운영합니다(Operated by Jinyang Tech)’라고 쓰인 간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공장은 현대로템이 165억 원 전액을 투자해 올해 3월 현지 당국의 사용 승인을 받아 가동 준비를 마친 철도 부품 공장(CCF)이다. 현재는 부품 생산 공정 개시를 앞두고 시운전을 하고 있다.



메리보로 CCF 공장에서는 현대로템이 퀸즐랜드주로부터 수주한 ‘QTMP(Queensland Train Manufaturing Program)’ 전동차의 차체 구조물을 생산한다. 생산된 구조물은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토반리 완성열차 조립 공장으로 옮겨져 QTMP 열차로 조립된다.

QTMP는 현대로템이 2023년 6월 수주에 성공한 1조 3350억 원 규모의 전동차 프로젝트로 현대로템은 2032년 브리즈번 하계올림픽에 대비해 390량의 전동차를 2031년 12월까지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퀸즐랜드주가 QTMP 사업을 토대로 현지 제조업 부흥을 도모하는 것을 고려해 현지화와 기술이전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대로템은 1998년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국내 핵심 협력사인 진양테크와 손을 잡았다.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전액 현대로템이 대고 진양테크가 공장을 운영해 현지에서 전동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지 공장을 세움으로써 퀸즐랜드주에 약속한 현지화와 기술이전을 실천했으며 이 공장을 통해 호주는 처음으로 철도차량 차체 부품 단품 생산 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방식은 프로젝트마다 설계와 투입되는 장비가 다른 철도 사업에서 더욱 큰 장점으로 부각된다. 현대로템의 수출 영업과 연구개발, 현지화 노력에 협력업체의 유연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부품 납품 능력이 더해지면 철도 사업의 경쟁력이 한껏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창원공장에 위치한 시험장에서 주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로템


내년 철도사업 매출 2조 공언…폴란드 3차 계약 협상도 내년 착수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 인근 캥기앵기에 위치한 현대로템의 전동차 유지보수 기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내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2조 원 이상을 기록하는 획기적인 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레일솔루션 부문에서 매출 1조 4956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전망치는 1조 9000억 원이다.

이 사장이 내년 2조 원의 매출 달성 등 철도 부문의 성장세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은 뉴욕시 교통국(NYCT)이 진행할 전동차 입찰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현대로템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NYCT 프로젝트는 뉴욕시 지하철의 ‘디비전 1구역’을 운행할 노후 전동차 500량을 교체하는 사업(추가 옵션 500량 이상)으로 입찰 금액은 기존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규모인 모로코 2층 전동차 공급 사업 2조 2027억 원을 한참이나 웃도는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현대로템은 NYCT가 잠재적 입찰자의 적격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프리퀄리피케이션(PQ) 절차를 마쳤다. NYCT 기술진은 현대로템의 창원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해 현대로템의 철도 제작 기술력을 꼼꼼히 평가했다. PQ에 참여한 곳은 프랑스 알스톰과 일본의 가와사키·히타치 등 4개 업체뿐이다. 알스톰과 히타치는 2023년 기준 글로벌 시장 2위와 7위 기업이다.

이 사장은 “철도와 방산은 안보와 연결돼 있는 전략 산업”이라며 “고속철도 부문에서 95%까지 국산화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현대로템의 부흥기를 이끈 K2 전차의 수출 로드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년에는 3차 계약 협상에 들어가서 2027년 하반기에는 아마 3차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중동과 남미, 기타 유럽 국가에 추가 전차 물량의 수출이 이뤄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현대로템이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산 날 때 철도도 뛴다…'아픈 손가락' 오명 벗고 전세계 누비는 현대로템 [biz-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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