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추진중인 파인크리크·파인밸리CC 골프장 매각이 답보 상태에 빠져들었다. 소유와 운영이 분리된 복잡한 구조 탓에 외부에서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기 힘든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골프장 운영을 담당하는 동양레저의 최대주주 김한모 HM그룹 회장 측이 물밑에서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양측의 거래가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경기 안성 파인크리크CC와 강원 삼척 파인밸리CC 골프장 두 곳의 매각 주관사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선정했다. 매각 측은 그간 외부에서도 원매자를 찾아왔으나 아직 마땅한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이 난항을 겪는 배경은 2013년 동양그룹의 법정 관리 사태부터 시작된다. 당시 회생 절차에 돌입한 동양레저는 골프장 부지를 포함해 여러 자산을 동양생명에 매각했다. 그러나 골프장 운영권은 그대로 보유한 채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을 지분으로 전환해주는 출자전환까지 단행했다. 소유는 동양생명이, 운영은 동양레저가 하는 독특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로써 동양생명이 골프장 부동산 유동화를 추진하려 해도 운영권을 가진 동양레저와의 협의 없이는 외부 매각이 쉽지 않게 된 것이다. 현재 동양레저는 우리금융지주 품에 안긴 동양생명과 아무런 지분 관계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동양생명과 동양레저 사이에서는 법적 소송을 불사하는 불편한 기류까지 감지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 동양레저의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 있는 HM그룹이 실질적인 인수 주체로 나설 가능성도 부각된다. 부동산 개발·시행 등으로 사세를 불려온 디벨로퍼 전문 HM그룹은 2019년 칸서스자산운용을 품으며 금융권으로 저변을 넓힌 곳이다. 현재 김한모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IB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이 이번 거래를 빠르게 종결 짓기 위해 동양레저와 합의를 이룬뒤 동양레저에 매각하는 방안도 타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양레저는 올 9월 말 기준 현금화 가능한 자산 규모가 800억 원에 달한다.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 원대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고 담보대출을 활용하면 최대 4000억 원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파인크리크CC(27홀)의 홀당 매매가는 약 100억 원, 파인밸리CC(18홀)의 홀당 매매가는 약 60억 원 수준으로 단순 몸값은 4000억 원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동양레저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이 때 실권주가 많이 나오면 HM그룹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HM은 동양레저와 골프장을 모두 인수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idsu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