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 업계가 ‘중국 천하’를 깨고 미국 빅테크 메타의 스마트글라스 신제품에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이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는데 한국 기업인 사피엔반도체(452430)가 진출하면서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사피엔반도체는 메타가 2027년 하반기 출시할 마이크로LED(LEDoS) 기반 증강현실(AR) 글라스 신제품에 백플레인 납품을 확정하고 미국 파운드리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와 위탁 생산을 협의하고 있다. 백플레인은 미세한 발광다이오드(LED) 픽셀을 조절하는 반도체 칩으로 디스플레이 모듈에서 두뇌 역할을 한다.
- 마이크로LED는 스마트글라스 업계가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분야다. 휘도가 높아 선명한 화질 구현에 유리하며 빠른 반응 속도가 강점이다. 메타가 올해 9월 자사 최초로 내놓은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AR글라스는 마이크로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제품이다. 마이크로LCD(LCoS)는 밝기와 명암비가 약점이지만 양산 기술이 안정화돼 있어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
- 스마트글라스 부품 산업은 중국 기업들이 주도해왔다. 중국 기업들은 한국과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강한 대형 패널 시장 대신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분야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하지만 사피엔반도체 등 국내 부품사들이 스마트글라스의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에서 메타와 같은 빅테크를 뚫으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메타는 지난해 9월 마이크로LED 기반 AR 글라스 ‘오라이언’의 실물을 최초 공개했는데 시제품에 각종 부품을 공급한 곳들은 JBD 등 중국 기업이었다. 이 때문에 초기 제품을 함께 개발한 중국 파트너사의 부품이 양산 단계에도 채택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피엔반도체가 백플레인 공급 기업으로 낙점된 것이다.
국내 마이크로LCD 강자 라온텍(418420)도 메타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메타는 내년에도 마이크로LCD 기반 AR글라스 신제품 출시를 저울질 중인데 만약 출시로 이어지면 라온텍의 마이크로LCD가 탑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라온텍은 메타가 향후 출시할 보급형 AR글라스 개발 방향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부품 생태계에서 여전히 중국 기업 점유율이 크지만 백플레인 등 핵심 부품에서 국내 기업의 약진은 고무적”이라며 “AR 기기가 국방 부문에서 활용되며 미국 정부도 중국 공급망 의존을 줄이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흐름도 국내 업계에 유리하게 작용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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