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가 미국의 대형 에너지 전문 기업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대규모 공급한다. 삼성SDI가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존 삼원계 중심의 ESS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삼성SDI는 미주법인 ‘삼성SDI 아메리카’가 미국의 에너지 관련 인프라 개발·운영 업체와 ESS용 LFP 배터리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총 2조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2027년부터 약 3년간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급하는 제품은 일체형 ESS 배터리솔루션인 SBB(Samsung Battery Box) 2.0이다. SBB 2.0은 삼성SDI가 처음으로 각형 LFP 배터리를 활용해 설계한 제품으로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에 배터리와 화재 안전장치 등이 통합 설치돼 있다. 기존 LFP 배터리 단점인 낮은 에너지 밀도를 극복하고 안전성과 가격 등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공급 제품 전량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다. 현재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일부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계약은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내세우던 삼성SDI가 LFP 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SDI 측은 “그간 연구개발(R&D)을 통해 LFP 소재의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차별화된 소재와 극판 공정 기술을 통해 단점으로 지목됐던 에너지밀도까지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삼성SDI가 폭발 중인 미국의 ESS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 기관 SNE에 따르면 미국의 ESS 수요는 2025년 59GWh에서 2030년 142GWh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제성과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LFP 소재와 각형 폼팩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공급 제품에 각형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점도 이번 계약 성공에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형 배터리는 단단한 알루미늄 캔 타입의 외관 구조로 구성돼 외부 충격에 강하다. 특히 삼성SDI는 내부에 열이 발생할 경우 즉시 배출이 가능한 벤트와 퓨즈 등의 안전장치까지 배터리에 탑재했다. 이번 공급 제품에는 셀 사이 단열재 적용, 열 전파 방지 기술인 NO TP(No Thermal Propagation) 등 안전성을 강화한 기술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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