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천지 등 종교 단체와 정치권 사이의 유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경 47명으로 꾸려진 ‘정교유착비리합동수사본부’가 출범한다. 이에 따라 그간 성역으로 여겨졌던 종교·정치 관계 전반이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합수본은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을 본부장으로, 임삼빈 대검 공공수사기획관(차장검사)과 함영욱 전북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을 각각 부본부장으로 해 총 47명 규모로 꾸려져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다. 검찰에서는 부장검사 2명과 검사 6명, 수사관 15명이 참여하고 경찰에서는 총경 2명과 경정 이하 19명이 합수본에서 근무한다.
합수본은 통일교와 신천지를 비롯한 종교 단체가 정관계 인사에게 금품이나 편의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비롯해 교단 차원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상대로 조직적인 지원이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 정치인 개인의 금품 수수 여부에 그치지 않고 종교 단체 간부와 정치권 인사 간 접촉 경위와 자금 제공 경로까지 함께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통일교 특검’과는 별도로 검경 합동수사본부 설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고 매수하고 유착한 부분은 나라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특검만 기다리지 말고 경찰과 검찰이 합수본을 만들든지 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특별수사팀을 출범시켜 관련 사건을 넘겨받은 뒤 전날까지 참고인과 피의자 등 30여 명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현직 국회의원도 10명가량 특정했다. 다만 수사는 개별 정치인의 금품 수수 혐의 확인에 집중돼왔다. 대표적으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2018~2019년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안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합수본 체제에서 수사 대상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종교 단체와 정치권을 잇는 인물들이 새로 드러나거나 금품 제공과 정치적 지원이 반복된 정황이 확인될 경우 관련 정치인과 교단 관계자들이 추가로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어서다. 경찰은 전날 통일교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정치권에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종교 단체 내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통일교와 신천지의 교단 간부와 실무 책임자들이 정치권 인사들과 어떤 경로로 접촉했는지, 금품 제공이나 정치적 지원이 개인 차원의 행위였는지 아니면 교단 차원의 결정이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시기 대규모로 이뤄진 당원 가입이나 선거 국면에서의 집단적 정치 활동 역시 교단 차원의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단서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부장을 맡은 김 지검장은 대표적인 친여 성향 검사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검찰과장을 맡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절차를 총괄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좌천됐다가 정권 교체 이후인 지난해 7월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11월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당시 일선 지검장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인사 중 한 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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