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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훈풍’ 성장률 2%대 정조준…한은·KDI보다 낙관[2026년 경제성장전략]

글로벌 반도체 매출, 40~70% 급증 전망

총지출 8.1% 늘리는 적극 재정 승부수

방산 4대 강국 도약…전략수출금융기금 신설

20조 규모 국부펀드·국내생산촉진세제 신설

재정건전성 우려 나와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2.0%로 제시하며 경제 대도약의 원년을 선포했다. 지난해 8월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전망치인 1.8%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제시한 1.8% 전망치를 0.2%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이례적으로 2%대인 2.1%를 제시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나 관세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1%로 오히려 하향 조정했다.

결국 정부가 주요 국내외 전망 기관들보다 우리 경제를 훨씬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경제 기관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을 근거로 1%대 후반의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성장률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의 폭발적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매출 전망치가 당초보다 두 배 이상 상향 조정된 점을 핵심 근거로 내세우며 반도체 훈풍과 적극적인 확장 재정을 통해 경제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반도체 매출 증가가) 그전에는 20~30%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최근에 나온 예측치를 보면 40~70%까지 늘어났다”며 “이런 부분이 수출에 다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수 소비의 회복세와 건설 투자의 플러스 전환도 2%대 성장률 전망의 근거가 되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실질구매력 증가와 소비심리 회복으로 민간소비가 올해 1% 후반까지 늘어나고 지난해 성장을 갉아먹었던 건설 투자 역시 선행지표 개선에 따라 올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건설투자의 경우 한은 등 주요 기관 모두 지난해 건설투자 감소율을 –9~-8% 수준으로 제시해 5년 연속 마이너스가 확실시되고 있다. 다만 올해에는 건설투자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로 2% 내외의 반등이 예상된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2.1%로 전망해 지난해 8월 전망치(2.0%)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수 개선 등 상방 요인도 있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해(2.1%)와 같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기상여건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것이 재경부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성장률 2%대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내년 예산 총지출을 전년 대비 8.1% 늘리는 적극 재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역대 최고 수준인 70조 원 규모의 공공기관 투자를 단행하고 정책금융을 20조 원 확대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반도체 일변도의 성장 구조를 넘어 바이오, 방산, K컬처 등을 육성하는 ‘반도체+α’ 전략을 전개하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위해 전략수출금융기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재원은 정부의 출연이나 보증뿐만 아니라 정책금융기관의 출연과 해당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은 수혜 기업의 기여금 등으로 조성된다. 기존 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가 지원하기 어려웠던 대규모·장기·저신용 프로젝트에 자금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수출 금융을 통해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중소·중견기업에 재투자함으로써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성장의 과실이 환류되도록 설계했다.

이와 함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국내생산촉진세제도 신설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전기차 등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세제 혜택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태양광이나 이차전지 등 경제 안보와 직결된 품목의 국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세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단순 조립 수준의 투자를 배제하고 실질적인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체리피킹 방지 방안을 함께 마련한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주요 부품이나 원자재를 다 수입한 다음에 국내에서 조립만 하는 경우에 생산촉진세제를 적용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면서 “그런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체리피킹에 대해서 좀 방지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촉진세제 지원 대상과 구체적인 방식은 효과성과 형평성,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7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국가 전략 산업 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초기 자본금 20조 원 규모의 한국형 국부펀드도 가동된다. 이 펀드는 현금이 아닌 정부 출자 주식이나 물납 주식의 현물 출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지분을 50% 이상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출자를 진행하고 이후 출자 주식의 배당금과 현금화 자산 등을 활용해 투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한국투자공사(KIC)가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해외 투자에 주력했다면 신설되는 국부펀드는 국내 첨단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둔 산업 마더펀드 역할을 하게 된다.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해 투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AI와 로봇 등 미래 초혁신 경제를 선점하기 위한 자금 공급책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정부는 초혁신경제 구현에도 속도를 낸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연내 착공하고 2028년까지 첨단 GPU를 5.2만 장 이상 확보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피지컬 AI 로봇 국가를 목표로 휴머노이드 개발 등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패키지 지원도 이루어진다. 제조, 재난구조 등 각 분야에 AI 로봇을 확산시켜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지출 계획에도 불구하고 나라 살림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세수 확보에 대해서는 체납 관리 강화와 비과세·감면 정비 등 세입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국세청에 체납관리단을 구성해 엄정하게 징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신설되거나 확대되는 각종 세액 공제와 감면 혜택을 고려하면 세수 결손 우려를 씻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생산촉진세제 세제 지원 등 대규모 세수 감면 대책이 줄을 잇고 있어 국가 채무 급증에 따른 재정 건전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재적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체질 개선이라든지 구조 개혁이라든지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함께 가야 하는데 확장 재정 기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소비 쿠폰을 풀고 확장 재정으로 가더라도 소비 진작이 안 되고 머니무브만 발생하고 유동성만 풀리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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