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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형성이론 새롭게 규명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과학재단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4월 수상자로 한국천문연구원 김종수 (38)박사가 선정됐다.
김 박사는 별이 태어나는 거대암흑성운의 기존 생성원리를 뒤집는 새로운 이론을 체계화해 국내외 천문학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국내에서 모든 학위과정을 마치고 스스로 업적을 이룩하는 등 국내 과학계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는 공로도 함께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게됐다. 김 박사에게는 상장과 트로피, 상금 1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거대암흑성운 형성이론 새롭게 체계화
거대암흑성운은 크기가 50파아섹 정도 되는 것들로 대부분의 별들이 이 속에서 태어난다. 1파아섹이 3.26광년 거리이므로 50파아섹은 최소 150광년 이상이다. 암흑성운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일반 천문망원경으로는 관측이 불가능해 20세기 후반 전파망원경이 나오면서 그 실체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거대암흑성운이 우주를 떠도는 가스와 먼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이 수소 분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질량이 큰 별들은 엄청난 양의 복사광과 성풍을 방출하면서 주변 물질을 사방으로 흩어지게 한다. 또 그들 중에는 진화 마지막에 대 폭발을 일으켜 자신이 간직한 물질을 사방으로 날려보낸다. 이 물질이 은하 내 공간을 떠돌다가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거대암흑성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이 믿어왔던 거대암흑성운 형성이론은 파커 불안정이론이다. 그러나 김 박사는 거대암흑성운이 파커불안정이론만으로 형성될 수 없고 오히려 중력불안정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내고 이것을 체계화했다.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파커(E. N. Parker)는 1966년 별들 사이의 공간을 1차원 수직 평형상태로 상정하고 은하 원반을 향하고 있는 중력가속도 하에서 별들간 존재하는 기체는 자기장 골을 따라 이동하게 되고 자기장 골에 모인 기체 덩어리가 거대암흑성운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이 파커불안정 또는 자기 레일레이-테일러(Magnetic Rayleigh-Taylor)이론이다.

김 박사는 이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비선형 수치계산을 수행했다. 자기장이 가미된 유체역학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코드를 개발했다. 이러한 코드를 가지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백 개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고분해능 수치계산을 수행하여 파커불안정의 초기 평형상태부터 비선형 진화단계까지를 면밀히 추적했다. 수치계산을 위해 직접 64개 프로세서와 64GB 메모리를 갖는 PC클러스터를 제작해 사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김 박사는 파커불안정 이론이 거대암흑성운 형성의 원리로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기장보다는 오히려 중력이 더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천문학 교과서’수정 불가피
김 박사의 연구결과는 그동안 교과서적 사실로 받아들여져 왔던 파커 불안정이론에 의한 거대암흑성운 형성이론을 다시 쓰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천문학회가 수여하는 하이만상(Heineman Prize)을 받은 브루스 엘메그린의 수상기념 강연논문집(Elmegreen 2002)에 김 박사의 논문이 실리면서 김 박사의 이론은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김 박사는 각국으로부터 초청 강연회 섭외를 받고 있다. 또 김 박사가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개발한 자기유체역학 해법 소프트웨어는 이미 국내외 많은 천문학자들에 의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순수과학 연구의욕 고취 계기되길
고등학교 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해 선배의 조언으로 천문학을 선택했다는 김종수 박사는“이번 수상을 떠나 천문학자로서 너무나 행복하다”며“천문학에 관심을 갖는 후배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 박사는“천문학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하늘을 대상으로 마음껏 과학적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가장 자유스러우면서도 신비한 학문”이라며“정말 과학을 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학문”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서“국내 천문학 연구환경이 다른 분야에 비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국가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적은 순수 과학분야 이어서 국제적 교류가 활발해 이를 잘 활용하면 국내 부족한 연구환경을 크게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 있는 큰 천제망원경 등은 좋은 연구계획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개방된다는 것이다.“그러나 가능한 빨리 국내에서도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천문연구 설비 등이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김 박사는 덧붙였다.

고도의 수치해석을 위해 이미 자신이 만든 64개 프로세서의 64GB급 PC클러스터에 32개 프로세서를 더 연결하는 작업을 최근 추진하고 있는 김 박사는“응용분야가 아닌 이론 분야, 경제적 효과가 적은 분야에 이러한 상이 더 많이 돌아감으로써 순수과학분야, 특히 이론에 정진하는 과학자들의 연구의욕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 한수진기자 <popsci@sedaily.com>·사진 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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