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테스트에 참가한 자동차는 시보레 코르벳 Z06, 포르쉐의 박스터 S, 도요타의 MR2 스파이더, 아우디 TT 쿼트로 4종. 가격과 크기 측면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었지만 멋진 성능을 자랑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었다. 각 스포츠카의 개성은 이 트랙으로 오는 도중에 이미 많이 드러났다. 가장 최신 세대에 속하는 코르벳 Z06 쿠페는 보다 강력해진 출력과 가벼워진 중량, 접지력이 우수한 타이어를 자랑하며 산악 지형의 경사면을 거침없이 질주함으로써 코르벳 기본형이 몰라보게 개선되었음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코르벳은 1955년 8기통 엔진으로 첫 선을 보인 후 변함없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해 온 후륜 구동 V8 엔진이 특징이다.
포르쉐의 박스터 S는 큰 배기량(3.2리터)의 엔진을 장착해서 출력이 더 높아졌고, 911 카레라와 동일한 대형 디스크 브레이크와 6단 변속기를 자랑한다.
별로 높지 않은 출력에 중간 정도 가격의 엔진을 차체 중앙에 탑재한 도요타의 MR2 스파이더는 이전 도요타의 차들이 포기했던 스포츠카 시장에 24,040달러라는 엄청나게 낮은 가격(이번 시험 기종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우디 TT 쿼트로 로드스터는 멋진 스타일의 좌석이 2개 있는 스포츠카로써 유행에 뒤진 듯 육중한 모습이며, 가장 적은 배기량의 엔진으로 추진된다. TT는 여전히 터보 인터쿨러 엔진 및 상시사륜 구동 기술이 적용되어 가장 정교한 엔지니어링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코르벳은 분명히 폭발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다. 시보레에서는 Z06을 지금까지의 코르벳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티타늄 배기시스템, 박막 유리, 경량 타이어를 채용해서 무게를 감소시켰지만, 이로 인해 몇 가지 취약점이 발생했다. 약간 앞으로 쏠린 무게 중심에다 스포츠카 치고는 긴 휠베이스(2.7m)로 인해 385마력의 힘을 뒷바퀴를 이용해 지면으로 전달하는 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러치가 완전히 연결되기 전에 엔진 회전수가 적절히 상승되도록 했다. 타이어가 도로 표면을 힘차게 긁기 시작하면 온 몸이 뒤로 쏠릴 정도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km에 도달하는 데 불과 4.7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비록 포르쉐와 도요타가 가볍긴 하지만 다른 경쟁 차종은 가속부분에서 코르벳의 경쟁상대가 안 된다. 박스터가 그 다음 기록을 보였는데 5.9초가 걸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km로 가속하는 시간은 빠른 차와 느린 차를 구분하는 기준임에는 분명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즉, 이렇게 빠른 코르벳이지만 가격이 이 차의 절반밖에 안되는 도요타와 어떻게 비교가 가능할까? 6단 변속기가 장착된 코르벳은 연방 정부로부터 연료효율이 낮은 차에 부과되는 과세를 피하기 위해 각 단간 기어비를 매우 길게 설정했다. 이에 비해 5단 변속기가 장착된 도요타는 별로 강하지 않은 파워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항상 엔진 회전수가 일정수준으로 유지되도록 기어를 설계했다.
아우디 TT의 경우, 터보차저의 장단점이 쉽게 눈에 띄었다. 배기 가스로 작동되는 터보는 시속 48km에서 80km 사이에서는 충분히 가속되지 않아서 이 차의 가속력이 매우 더디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속 80km가 되면 배기가스의 유동이 충분히 형성되어 엔진의 흡기매니홀드에 충분한 압력이 공급되므로 TT가 최고 속도로 가속된다. 가속페달을 밟아 테스트 자동차들의 스로틀을 완전히 열면 또 다른 측면이 드러난다. 포르쉐와 도요타의 기어비는 소음 및 연비 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엔진이 항상 최적으로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아우디와 코르벳의 경우에는 가속을 위해서는 낮은 3단 기어를 사용해야 하고, 정숙한 장거리 주행시에는 보다 높은 단수의 기어들을 사용해야 한다.
브레이크 성능은 또 다른 차이점들을 보여 주었다. 아우디와 코르벳은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갔고, 차량 하중이 네 바퀴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을 때 최고의 제동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이론에 비추어 보면 하중의 반 이상을 앞쪽 타이어에 의지하고 있는 두 자동차는 제동 성능이 떨어질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가정을 반박이라도 하듯 코르벳의 정지 거리는 시속 97km에서 37.8m였고, 아우디는 38.7m, 포르쉐는 39.6m, 도요타는 42.1m였다. 코르벳의 타이어는 앞에서 언급한 약점들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보완하고 있었다. Z06 모델에서는 코르벳 엔지니어들이 1997년부터 모든 차종의 자동차들에 안전 타이어 대신 굿이어 이글 F1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다. 이 타이어는 폭이 약 2cm미터 정도 더 넓고, 각 타이어의 무게가 2.7kg 정도 줄어서 도로 접지력을 엄청나게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스페어 타이어가 없는 상태에서 타이어에 구멍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적인 해결방안은 압축된 라텍스 봉합재와 소형 공기 압축기를 이용해서 바퀴에 공기를 다시 주입하는 것이다. 이런 임시조치로도 해결이 안 되면 휴대폰으로 트레일러를 부르는 수 밖에 없다.
안전 기능이 없는 타이어에 대한 불만은 테스트용 스포츠카들 중 한 대를 운전해서 코너를 맹렬한 속도로 돌기 시작하자 말끔하게 사라졌다. 이러한 코너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도로 접지력, 균형, 민첩성, 완벽한 설계에서 오는 응답 예측성 등이기 때문이다. 이 회전 코스에서 가장 가볍고 작은 차인 도요타의 MR2는 마치 나비가 움직이는 것처럼 우아하게 세워둔 물체를 스치듯 지나가며 가장 훌륭한 성능을 보여 주었다. 포르쉐의 박스터는 느리고 민감성이 떨어지는 스티어링 때문에 보다 둔하게 움직였다.
무거운 스포츠카는 역시 핸들링 성능이 떨어졌다. 아우디 TT는 굼뜬 스로틀 반응 속도로 미세한 코너링이 매우 어려웠다. 코르벳은 182m 거리에 빽빽하게 세워둔 물체를 통과하는 테스트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도로와 고무로 연결한 가장자리로 몰고 가니 코르벳은 접지력이 불안정해져서 예측하기 힘든 작동을 보였다. 이 차는 코스를 따라서 부드럽고 조용하게 운전할 때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여 주었다.
가속력, 브레이크 성능, 핸들링 등 모든 결과들을 종합하기 위해 우리는 윌로우 근처의 1.3km 트랙에서 2단 기어로 진행을 하다가 3단 기어로 U턴을 한 후 곳곳에 고갯길이 나타나는 짧은 직선로를 주행하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코르벳의 폭넓은 토크와 강력한 접지력은 다른 차종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코르벳의 단위 중량당 마력의 이점을 감안해서 매우 타이트한 코스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Z06은 평균시속 90.4km로 다른 차들을 여유있게 따돌리면서 한 때 나스카 대회에 출전했던 차종다운 강력한 힘을 보여 주었다.
박스터의 경우, 높은 토크를 내기 위해서는 엔진회전수 계기판 눈금을 4500rpm에서 7200rpm 사이로 상당히 높게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운전자가 기민하게 운전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특별한 코스에서는 기어 조작이 힘들어져서 운전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아우디 TT 쿼트로의 동력 전달 계통은 이 레이스트랙에서 특별히 뛰어난 조작성능을 과시했다. 이 차는 굴곡 코스에서 밖으로 크게 이탈할 걱정없이 매우 저돌적으로 주행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TT도 굴곡 코스를 빠져나올 때 신속하고 강력한 감속을 별 무리없이 견뎌냈다.
도요타 MR2 스파이더는 가벼운 차 무게를 잘 이용했다. 이 차의 전체적인 반응 성능에도 불구하고 회전 코스로 진입할 때는 제동이 약간 늦게 걸리다가 코너를 빠져나올 때는 운전자의 최대 가속에 맞추어서 바퀴가 스핀하면서 코너링 속도가 감소했다.
도요타의 MR2는 한가한 기분이 드는 전형적인 자동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심 한 가운데의 거리에서 정지 신호로 정차해 있는 동안 차체의 지붕을 간단히 열어 버리고 가까운 산악 도로의 지도를 펼쳐서 그곳으로 운전해 가는 도중 내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차다. 차 안 구석마다엔 조그만 수납 시설이 가득하지만 커다란 옷가방이 들어갈 정도로 큰 트렁크가 제공되기 때문에 물건 수납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차는 주말용으로는 이상적이지만 매일 운전하기에는 비실용적이다.
박스터는 엔진이 차 중앙에 있어서 앞뒤쪽 트렁크 모두 충분한 수납 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인테리어는 여전히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 포르쉐는 운전자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해서 혈통있는 스포츠카의 영광을 빛내는 데 동참하도록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예전에는 아우디 TT를 굴러다니는 패션이라고 했었고 지금도 이 말은 사실이긴 하지만, 가벼운 차체 덮개를 한 이번 쿼트로 모델은 속도와 민첩성을 훨씬 뛰어넘는 특징이 있다. 야구 글러브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좌석은 매우 편안했으며 매력적이었다. 전동으로 조종되는 차 덮개 부분은 매우 빠르고 자연스럽게 작동했다. 다른 전통적인 스포츠카들과는 달리 TT는 좀 더 부드러운 특징들을 취하고 있었다. 이 차는 편안하고 조용한 승차감을 제공하고, 다른 스포츠카에서 나는 요란한 배기음도 내지 않았다. 이 차의 이러한 조용한 특성 때문에 테스트 대상 중 운전하는 재미가 적은 차로 구분되기는 했지만 외모에선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코르벳은 애증이 교차하는 느낌을 주는 차였다. 고정된 차 덮개와 못생긴 뒷부분, 픽업 트럭에서나 볼 수 있는 12.9m의 엄청난 회전 반경, 부자연스러운 기어 변환, 그리고 50,000달러라는 가격에 걸맞지 않은 인테리어 등의 약점이 있기는 했지만 다른 많은 우수한 특성으로 이러한 약점들을 간단하게 커버할 수 있었다. 엔진은 푸시로드 타입으론 최고 성능이었고, 우수한 도로 접지력과 내장된 전자식 조정안정 시스템으로 아마추어도 안전하게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감수 : 현대·기아자동차연구소 조영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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