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할 때는 그저 카메라 센서에 몇 개의 화소가 있는지의 해상도만 염두에 두면 되었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 더 이상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가 간단한 수준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하드웨어로 발전해, 이제는 쓸만한 35밀리 광학 카메라와 견줄만해졌기 때문이다.
난 첫 아이가 태어날 때 꼭 사진을 찍어두고 싶었는데, 어떤 카메라로 찍어야 할 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만만찮은 일로 고심하면서도 아직 분만까지는 서너 달 정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몇 가지 알아보려고 니콘 쿨픽스 775, 소니 DSC-F505V, 미놀타 디미지 7, 후지필름 파인픽스 6800, 캐논 EOS D30 등의 카메라를 모았다.
카메라마다 꼽을 만한 한두 가지 특징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실험 장소를 어디로 할 것인가였다. 조도와 피사체의 촬영거리가 다양한 장소가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브론스 동물원으로 가서 어린 새끼들을 찍어 보기로 했다.
어둠속에서의 촬영
동물원에서 처음 찾아간 곳은 어두운 곳이었다. 박쥐, 포섬, 스콜피온 같이 밤에 무심코 마주칠 수 있는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실망스럽게도 어린 새끼는 없었다.
전시관 내의 플래쉬 사용 금지로 그런 낮은 조도에서는 노출 시간을 길게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만든 전문가들의 설정 노출과 셔터 스피드를 정확하다고 믿고 그냥 자동노출 모드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 수동으로 모험을 할 지가 고민이었다. 하지만 사진 작가가 아닌 나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고는 프로그램 모드가 가장 많은 카메라인 쿨픽스 775를 집어 들었다. 전부 7가지 선택 모드가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박쥐 모드는 없었다. 야간초상 모드를 선택한 후에야 프로그램된 모드에서는 그냥 셔터만 눌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용 금지된 플래시조차도 꺼버릴 수 없었다. 이런 경우엔 완전 수동 모드로 촬영해야 했다.
사자 촬영
어두운 곳에서 빠져나와 아프리카 초원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무 아래에 수컷 사자 한 마리가 왕처럼 위엄있게 누워 있었다. 이 사자는 어미 사슴을 닮은 니야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멋진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어린 새끼들 사이에서 이 수컷만 클로즈업하기로 했다. 칼짜이즈 5배줌 렌즈를 장착한 소니 DSC-F505V를 빼들었다. 좋은 사진의 관건은 고급 렌즈에 달려 있으며, 특히 줌 촬영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렌즈의 구매 결정 이전에 렌즈의 광학소자 수, 재질이 유리(이상적임)인지 여부, 동작 속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안전한 방법은 니콘이나 캐논, 또는 최신 브랜드인 칼짜이즈 같은 유명 렌즈 회사 제품을 고르면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가이면서 구경이 클수록 좋은 렌즈라는 것은 분명한 진리이다. 줌 렌즈는 광학 줌 배율을 확인하고, 가장 넓은 각에서 시작하는 렌즈를 선택할 것. 35mm필름 카메라는 28mm나 그 이하부터 시작한다.
물론 EOS D30 같은 SLR 카메라를 챙겨 가면 피사체를 포착 즉시 촬영할 수 있다. 렌즈를 따로 구입하는 게 자신이 갖고 있는 카메라 성능을 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조류 촬영
신중한 고려 필요 - 어느 정도의 촬영 기술 요구
캐논 EOS D30
가격 3,500 달러
장점 사진 촬영기술을 염두에 둔다면 이 카메라의 수동 조작 기능, 고해상도 센서, 전체 캐논 EF 렌즈 탑재 능력을 눈여겨 볼 것.
단점 가벼운 나들이에 이 카메라와 악세사리들을 모두 챙겨갈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함.
아프리카 초원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정도의 근거리 촬영
소니 DSC-F505V
가격 999달러
장점 사진 촬영시 5배 광학 줌 렌즈와 회전 뷰스크린의 완벽한 조화
단점 LCD 파인더의 배경조명은 끌 수 있지만, 촬영시 디스플레이는 완전히 끌 수 없음.
나비 촬영
나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위해선 빠른 속도가 필수
미놀타 디미지 7
가격 1,499달러
장점 7배 광학줌 렌즈, 5.2메가 픽셀 센서, 최고 1기가까지 사진을 저장하는 최고 카메라
단점 광학 파인더 대신 전자 파인더나 혹은 1.8인치 LCD 창이 있음.
콩고 고릴라 숲
완벽한 클로즈업으로 털북숭이 팔까지 촬영
후지 파인픽스 6800
가격 899달러
장점 기념용이 아닌 예술사진을 찍을 때 6메가 픽셀의 위력을 발휘함.
단점 배터리 부족 지시계만 있고 배터리 계기가 없어 남은 배터리 양을 추측해야 함.
어두운 곳 촬영
칠흑같은 어둠속을 헤매기
니콘 쿨픽스 775
가격 449달러
장점 다양한 기능의 최소, 최경량 카메라. 일반인이 전문가처럼 촬영가능한 풍경 모드 기능.
단점 무게는 가볍지만 해상도가 2.14메가 픽셀로 낮고 크기도 작다.
나비 촬영
사자와의 힘겨운 싸움을 마친 뒤 이번에는 나비를 대상으로 섬세한 피사체를 찍기로 했다. 이 아름다운 생물을 접사모드로 몇 센티미터 안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정확한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나비는 움직임이 분주해서 촬영이 어렵지만, 초당 1.1 스피드인 디미지 7 같은 카메라 정도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비 같은 피사체를 찍는 데는 카메라의 속도나 3타이어 기능을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능을 사용하고 싶을 때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버튼이 많은 카메라는 마지막 샷 미리보기와 같은 간단한 기능을 찾는 데도 매번 여간 성가시지 않다. 버튼이 너무 많아 카메라 디자이너의 머리 속에 들어가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어쨌든 매뉴얼을 뒤지기 전에 잠시 카메라 뒤를 훑어보고 기능을 찾아 보는 게 좋다. 그렇다고 촬영 현장에서 이런 일을 성가시게 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나는 곧 애벌레와 번데기 몇 마리를 찾아냈다. 하지만 마음속에 그리던 그런 어린 새끼의 이미지와는 썩 어울리지 않았다.
날고 있는 새 포착
목표로 한 온혈 동물의 새끼를 찾으러 조류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새장은 앞서 사용한 기능을 다시 시험해 보기에 좋은 장소이다. 새알은 접사 모드로, 날아가는 새는 멀티 샷으로 몇 마리만 잡아냈다. 새알의 껍질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센서들이 여러 이미지를 얼마나 잘 감지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화소가 많을수록 화질은 좋아진다. 요즈음 소비자용 카메라는 5.2메가 픽셀까지 향상되었다. 센서 형태가 다른 경우는 어떠한가? 가령 CCD, 슈퍼 CCD, CMOS 디지털 카메라는 대부분 CCD를 사용하고, 1메가 픽셀 이하의 저해상도 카메라는 CMOS 센서를 주로 사용한다. 단, 3.3메가 픽셀인 EOS D30만이 CMOS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최근들어 CMOS 기술이 발전해서 시장을 지배할 날이 멀지 않았다. 슈퍼 CCD 센서의 사용은 드문 편으로 파인픽스 6800 같은 몇 가지 후지필름 모델이 채용하고 있다. 슈퍼 CCD는 격자 형태 대신 벌집 패턴을 사용하므로 화소를 한층 단단히 채울 수 있다. 슈퍼 CCD는 더 많은 빛과 색상 정보를 모으기 때문에 촬영 결과는 우수하다.
드디어 새끼 고릴라 촬영
조류 지역을 돌아 나와 콩고 고릴라들이 있는 숲에 마지막으로 들렀다. 공원에서 새끼 고릴라 수키를 알리는 표지판을 여기저기에서 미리 보아 두었다. 수키를 보러 갈까? 그러기에 사진이나 배터리 파워는 충분한가? 파인픽스 6800을 재빨리 확인해본 결과 아직 7장의 사진을 더 찍을 수 있고 배터리도 충분했다. 수키를 보러 가기로 했다.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는 늘 메모리에 관심을 가진다. 필름 카메라의 필름처럼 필요할 때마다 더 살수가 없기 때문이다. 파인픽스 6800이 사용하는 스마트미디어 카드의 최대 저장용량은 64MB로 3메가 픽셀의 사진을 7장 찍을 수 있다. 미리 카드를 여러 장 사놓거나 컴팩트플래시 타입 II 슬롯을 사용하는 카메라를 구입해야 한다. 배터리 표시창에 배터리가 잔량을 알려 주는 배터리 막대나 타이머가 부착된 카메라가 더 유용하다.
마침내 두 가지 임무를 마쳤다. 마지막 우리에서 수키는 어미의 털복숭이 팔에 편안히 안겨 있었다. 그 날 찍은 사진을 살펴 본 결과 몇 장은 놀랄 정도로 잘 나왔고, 디지털 카메라에서 뭐가 중요한지 잘 알게 되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야외 촬영시에는 줌기능이 자유로운 3배 광학 줌 렌즈가 좋고, 확대 인화용으로는 3메가 픽셀 해상도의 카메라가 맘에 든다. 또한 콤팩트 플래쉬 타입 II 슬롯이 있어 메모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카메라가 좋다. 이와 더불어 몇 가지 추가 모드가 있고 완전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면 금상첨화이다. 실험해본 카메라들 중 디미지 7이 이런 조건에 가장 알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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