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지놈지도는 10여년의 시간에 걸쳐 3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모된 거대한 프로젝트로 macrosatellite 등을 이용한 ‘유전자 지도’, BAC 클론을 이용한 ‘유전자 물리지도’, 그리고 이들 지도를 이용한 ‘전체 염기서열분석 데이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완성된 한국인 지놈 지도 초안은 건강한 성인 남성으로부터 추출한 DNA로 BAC Library(박테리아 인조 염색체)를 만든 뒤 10만개의 BAC 클론들의 양 끝 부분 염기서열을 분석해 완성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크로젠이 확립한 초고속 대용량 BAC클론 말단부위 염기서열 방법은 시간과 비용을 기존 선진국의 방법 대비 최대 75%까지 줄인 획기적인 방법으로 세계적 생명공학회사인 밀리포아사의 아시안 소식지에 소개될 예정이다. 각각의 BAC클론들은 평균적으로 약 1백 10만개의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는데, 분석된 BAC 클론 말단의 염기서열 결과를 HGP가 발표한 인간 지놈지도 초안과 비교 분석하여 총 10만개에 이르는 한국인 BAC 클론의 물리지도를 완성하였다.
질병 유전자 발굴에 획기적 기여
한국인 BAC 클론 물리지도가 가지는 의미는 가령 서울에서 김 아무개씨를 찾으려 할 때 과연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시내 어느 지역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를 분류해 놓은 지도가 있다면 서울에 사는 김 아무개씨를 찾기 위해서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훨씬 단축될 것이다.
이번에 마크로젠이 완성한 10만개로 이루어진 한국인 지놈지도 초안은 이러한 개념에서 1만분의 일 축적의 지도를 완성한 것으로 1,000만 서울시민을 1,000명씩 분류하여 놓은 지도와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즉, 이러한 지도를 이용하여 찾고자 하는 김 아무개씨가 사는 지역을 축소한 뒤 한 사람씩 조사해 나간다면 지도가 없는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엄청나게 빠르고 간편하게 김 아무개씨가 사는 곳이 ㅁㅁ구 ㅇㅇ동 XX번지임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인 지놈지도를 이용하면 3∼4만개에 이르는 유전자 중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더욱이 한국인 지놈지도 초안엔 프랑스의 Genethon사, 미 MIT대의 whitehead 연구소 등 7개 연구소에서 발굴한 질병관련 macrosatellite (STS) marker 와 마크로젠에서 자체 정리한 1,500개에 이르는 암,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골다공증, 천식 등 한국인에게 잘 발병되는 7가지 질병에 관련된 유전자들에 대한 정보가 총 망라되어 정리되어있다.
다양한 고부가가치 기반기술 연구에 파급
지도초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질병유전자 관련 정보 외에 실제 한국인 유전자 자체가 담긴 BAC클론 10만개를 확보함으로서 컴퓨터 상에서만이 아닌 실제 실험실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당장 BAC 클론을 이용, 염색체에서의 유전자의 증폭 및 소실을 검색하고, 특정 암에서의 예후 판정 및 치료방법 선택에 도움을 주거나 산전 태아의 염색체 이상 여부를 검사하여 기형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genomic DNA 칩의 개발 등이 가능케 되었다. 그 외에도 기존의 방법으로 클로닝이 불가능한 거대 유전자를 이식한 새로운 질병 모델 생쥐개발, 개인별 단일염기변이(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등 genomic DNA를 이용한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개인별 맞춤의학 시대 앞당겨
인간 지놈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이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하여 놀랐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간의 유전자가 초파리의 2배 수준인 3∼4만개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과 박테이라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자가 200개 정도 발견된 것이다. 그 외에도 인간 지놈프로젝트의 결과로부터 인간의 유전자가 전체 지놈의 25%에 해당하는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부분과 유전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사막과 같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들 중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은 특정한 염기서열이 반복되어 있는 곳이 전체 지놈의 40∼48%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전체 지놈의 2%에 불과한 중요한 유전자 부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것들 외에 밝혀진 새로운 것은 280만개에 달하는 단일염기변이(SNP)이다. SNP란 평균 1,250개 염기마다 한 개씩 나타나는 개인별 염기 차이로 사람간의 유전적 차이를 비교하여 개인별 차이를 밝힐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어 질 수 있다. 즉, SNP를 이용하여 사람마다 모습이 다른 것부터 시작해서 왜 어떤 사람은 담배를 많이 피워도 괜찮은데 왜 어떤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에 잘 걸리는지? 왜 어떤 사람은 특정 약이 잘 듣는데 어떤 사람은 그 약이 전혀 효과가 없는지 등 유전성향에 따른 질병에 대한 감수성 및 질병에 대한 약물의 치료효과까지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한 사람의 모든 SNP를 분석하는데는 1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모되나 한국인 BAC 클론을 이용한 SNP Haplotype을 파악하여 분석할 대상을 줄이게되면, 앞으로 3∼4년 후에는 100만원대에서 한 사람의 모든 개인염기서열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유전정보에 근거한 개인별 예측의학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인종별, 민족별 차이점 발굴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SNP가 모든 사람들에게 균등하게 무작위적으로 나타나 모든 것을 개인별 차이로만 설명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즉, 한국인 지놈 프로젝트의 결과로서 나오는 모든 SNP를 이번 실험에 DNA를 제공한 한국인 한 명의 개인적 차이로만 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번에 완성한 지놈 지도에는 개인의 차이도 있고 그 중에는 한국인으로서 가지는 공통적인 차이도 있을 것이며 나아가 동양인으로서 서양인과 다른 유전적 차이도 존재할 것이다. 물론 인간 지놈지도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모든 사람의 지놈 염기 서열은 99.9%가 같다.
이에 기반하여 인간 유전자가 동일하며 따라서 통일된 비교적 간단한 유전자 지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문제는 다른 0.1% 이다. 0.1%에 해당하는 300만개의 염기는 개인별 뿐 아니라 민족적 인종적 차이도 포함하고 있고 여기에 맞는 각각의 지놈지도가 보완되어야한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소개된 미국의 제너슨스 제약사에 의하면 개인별, 인종별 유전자 구성 변이가 생각보다 놀라운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제너슨스사에서는 백인 21명, 흑인 20명, 아시아인 20명, 라틴계 18명 등에 대하여 총 3만여개의 유전자중 313개 유전자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 유전자 1개당 평균 14개의 변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들 인종간에는 각각 상당한 유전적 차이점이 있었다.
흑인, 아시아인 순으로 인종 고유의 SNP가 많이 존재하고 아시아인이 타인종 대비, 공통적인 SNP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것은 동일한 지리적 배경을 지닌 집단이 특유한 유전자 변이들을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으로 한국인 지놈 프로젝트 결과가 서양인을 중심으로 완성된 인간지놈프로젝트의 결과보다 한국인 및 동양인에게 적합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 필요
인간 지놈지도 완성 및 한국인 지놈지도초안 완성이 가지는 궁극적 목적은 결국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한국인 지놈지도초안의 완성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무병장수까지는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많다. 예상되는 어려움을 무사히 헤쳐나가려면 우리에겐 더 많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제약회사들과의 컨소시움 형성 및 정부의 참여가 필요하다.
꿈의 신약이라 불리는 글리벡 같은 지놈지도를 이용한 신약개발의 결과들이 조만간 무수히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제약사들도 주도적으로 지놈정보를 이용한 신약개발에 나서야 한다. 한편 현재의 지놈정보를 둘러싼 생명공학의 발달은 전 국가적 차원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시대적 상황에 맞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생명공학 관련 업체들과의 대규모 연합과 꾸준한 인재양성이 뒷받침 될 때 지놈강국, 대한민국의 건설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서정선 마크로젠 대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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