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시력 교정 대상은 시력이 나쁜 사람에게만 국한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력이 좋은 사람들도 더욱 향상된 시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 같다. 천문학자들이 천체 망원경의 해상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적용하는 ‘적응제어광학 기술’을 안과의사들이 응용해 정상 시력인 20/20 이상의 시력으로 만든 것이다. 로체스터 대학 비주얼 사이언스 센터 소장인 윌리엄스 박사는 이 기술을 ‘수퍼 비전(Super Vision)’이라 이름 붙였다.
적응 제어 광학은 요동하는 대기를 통과하는 빛의 굴절도를 측정해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대기변동을 감지하기 위해 대기 중에 레이저를 쏜 후, 변형거울로 대기 요동 효과를 감쇄시켜 이미지의 초점을 맞춘다. 윌리엄스 박사는 이 적응제어광학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실시했다. 그에 따르면, “대기가 빛을 굴절시키는 것처럼 각막과 수정체도 빛을 굴절시키므로, 천문학에서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적용해 눈을 통과하는 빛을 교정하면, 이미지가 망막에 선명하게 맺힌다”는 것이다.
이 실험을 위해 고안된 장치는 정밀하게 배열된 렌즈, 거울, 감지기다. 장치에서 나온 레이저는 피험자의 눈을 비춰 반사해 여러 장의 마이크로렌즈를 통과, 221개의 빛으로 분해된다. 감지기는 이 221개 빔의 경로를 각각 분석해 피험자가 각막 이상을 일으켰을 때 발생하는 편차를 계산한다. 계산된 디지털 정보는 변형 거울로 입력돼 편차를 보정하는 데 이용한다.
변형 거울은 한때 군대에서 적의 인공위성을 레이저로 겨냥하는 데 사용한 일종의 보안기술이다. 이것은 거울의 곡률을 조정하는 피스톤이 거울 뒷면에 장착된 수십 개의 거울을 조합한 것이다. 윌리엄스 연구실에 있는 소규모 변형 거울은 97개의 피스톤에 의해 작동되며 초당 25회 이상 형태가 변한다.
윌리엄스 박사는 현재 스콧 맥래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과 함께 적응제어광학을 레이저 수술 및 상용 콘택트 렌즈에 적용시킨 연구를 진행중이다. 현재 로체스터 의대 굴절부 책임자인 맥래 박사는 수퍼비전 기술을 라식수술에 응용하기 위해 얼마 전 오레곤으로부터 이주해 왔다.
라식수술은 비교적 최신 기술로서 안과 의사만이 시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집도의가 안구 외층의 각막조직 절편을 절제한 후, 레이저로 각막조직 형태를 교정하고 재빨리 각막조직 절편을 다시 제자리로 접합하므로 봉합하지 않아도 된다. 맥래 박사는 바슈롬 사가 개발한 자이웨이브(Zywave) 장치를 임상실험 하는데, 이 장치는 라식수술과 적응제어광학을 접목한 것이다. 파면 감지기와 컴퓨터를 합쳐 사용자가 편리하게 수술 레이저에 데이터를 직접 입력할 수 있다.
“기존에 있던 기계로는 안구 직경과 난시를 파악하는데 불과했지만 새로운 기계는 64가지 이상의 결함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측정 가능한 항목수가 늘어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맥래 박사는 “20/10까지 시력 향상이 가능해진다”라고 대답한다. 20/10이 한계인 이유는 눈의 광학작용을 아무리 개선한다고 해도 망막의 성질 자체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윌리엄스 박사는 시력이나 선명도는 여러 이점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20/10까지는 시력이 향상되지 않더라도 명암은 뚜렷이 구별할 수 있게 된다고 장담한다. 즉, 이 기술 개발로 명암 식별력이 2~3배 가량 개선될 것이라는 것. 명암 식별은 동공이 확대돼 결함이 심해지는 밤에 특히 더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 동안이면 수퍼비전을 라식수술과 콘택트렌즈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라식수술을 지금 해야 할까, 아니면 임상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맥래 박사는 이것을 펜티엄 III와 펜티엄 IV 중 어느 것을 구매할지 고민하는 것에 비유한다. 해결 방법이라면 이미 라식수술을 받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부분의 추가 시술로 시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새 기술은 안경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무르시아 대학 광학 교수인 파블로 아르탈 박사는 현재 적응제어광학을 이용한 이른바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안경 시제품이 책상 크기만하므로 소형화될 때까지는 당분간 연구 도구로만 이용될 것이다.
우리의 눈은 행동보다 늘 선행(先行)한다.By Joyce Gramza
피넛버터와 젤리를 바른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손을 씻을 때 또는 운전시 당신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는가? 아마, 과학적으로도 정확히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개 1초에 4번씩 시선을 바꾸기 때문. 하지만 시선 추적 기술의 혁명으로, ‘사람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쉴새없이 시선을 돌리는가’에 대한 비밀을 벗겨 내기에 이르렀다.
로체스터 대학의 두뇌인지과학 연구실의 메리 헤이호 교수는 피험자들에게 피넛버터 젤리샌드위치를 만들라고 주문한 결과, 피험자 모두가 동일한 방법으로 만들고, 대상물체의 동일한 위치를 바라본다는 결과는 보고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을 아직껏 자연 행동(natural behavior) 중 하나라고 한 번도 생각지 못했기에,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까지 시선 추적 연구는 자연 행동 연구의 대상이 아니었다. 과학자들은 거의 100년 동안 시각(視覺) 역학을 연구하기 위해 10만 달러나 하는 시선추적기를 이용했다. 그러나 시선을 추적할 순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어떤 대상을 보는지 파악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그동안 이런 고가의 시선 추적기는 약 2만5천 달러 정도로 저렴해졌고, 착용도 가능해져 인지학자들이 진정한 두뇌의 창으로서 눈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헤이호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피넛버터 통을 힐끗 바라볼 때마다 다른 정보를 수집한다고 한다. 통을 잡으려면 어디를 잡을까, 젤리가 아니고 피넛버터가 맞는지 그리고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같은 정보들을 수집한다.
그는 “이런 일들이 분명 두뇌의 역할에 의한 것이지만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주위를 볼 때 모든 것을 한 번에 바라본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로체스터 기술연구소 이미지학 부교수인 제프 펠즈 박사는 눈이 어떻게 수많은 몸 동작과 연동돼 움직이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는 피험자들에게 전자부품으로 가득 찬 배낭과 헤드셋이 연결된 휴대용 시선 추적기를 착용케 하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게 했다.
이 실험을 통해 그가 얻은 결론은 사람들은 일할 때 각각의 동작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 업무를 수행할 때 지금 필요한 것을 살펴보기도 하지만, 종종 나중에 할 일을 미리 살피기도 한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코 그런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령 세면대로 걸어가 수도꼭지를 바라보면서 손을 씻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다음에 사용할 비누를 재빨리 쳐다본다. 그리고 비눗물을 헹구면서 10분의 1초 가량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손을 닦을 수건이 어디에 있는지 쳐다본다는 것이다.
연구에 동원된 최첨단 시선 추적 기술은 여러 곳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아들의 학습방법 연구에 사용돼 많은 시각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체스터 스트롱 메모리얼 병원 연구진은, 생후 7개월 된 메건 머피에게 자석을 넣은 털모자를 씌워 두뇌 움직임을 관찰했다.
결과에 대해선 연구진들도 깜짝 놀랐다. 메건에게 실제로 자극물인 사각형과 십자무늬를 보여준 후 TV 화면의 좌, 우측에서 애니메이션(보상물)이 나타나게 하자 메건은 형태를 보고 화면 어느 부분에서 애니메이션을 찾아야 하는가를 몇 분만에 습득했다.
이 연구 책임자인 두뇌 인지학 교수 딕 애슬린 박사는 유아 학습 한계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박사는 메건에게 전에 본 적이 없는 물체, 예를 들면 색이 다른 십자무늬를 보여주어도 방향을 제대로 찾아내었다면서 “유아들은 형체를 일반화하여 기억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할 수는 없지만 이 기법을 통해 유아가 어떤 방식으로 사물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새로운 사물을 범주에 집어넣는지 밝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 기초 연구를 통해 시각 기능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충분히 이해했다. 헤이호 박사는 이에 대해 “시각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며,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바로 고안해볼 만한 것은 먼저 시각 장애자를 돕는 장치였다. 정보를 이용하는 시간을 알게 되면, 운전 등 일상 생활에서 해야 하는 일 중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펠즈 박사는 인공 시각 연구자들과 로봇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치를 공동 연구중이며, 유아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학습 장애를 진단하는 방법도 강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를 알려고 고민하지 않는 것은 뇌가 그 시간에 다른 일을 수행할 수 있게 허락한, 일종의 ‘타협’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펠즈 박사는 아내가 싫어하는 기색을 보여도 아내의 눈길을 계속 응시하곤 한다는 것. 그래서 때로 아내가 “내가 어디를 쳐다보는지 신경 쓰지 말고, 당신 일이나 하세요”라고 투덜거리기도 한다며 직업적 습관이기도 한 시선 응시를 고치기 힘들다며 웃는다. 하지만 시각 연구자들은 아직까지 이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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