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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기계의 결합

원숭이 생각으로 로봇을 조정한다
뭔가 믿기지 않는 일이 듀크 대학 신경공학 연구실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채기 어렵다. 로봇 팔이 마치 살아있는 듯 좌우로 흔들리며 허공을 날아다닌다. 마치 보이지 않는 파리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회전을 하던 팔은 기계손을 뻗으면서 똑바로 펴진다. 주먹처럼 꽉 쥐어졌던 기계손은 곧 다시 풀리며 쏙 들어갔다가 다른 방향으로 내뻗는다. 물론 이런 장면은 새삼 놀라울 것도 없다.

이미 기계손은 자동차 제작부터 DNA 배열까지 온갖 작업을 해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로봇 팔들은 소프트웨어로 작동되고 있다. 더구나 듀크 대학의 팔은 전혀 다른 종류의 지시를 받는다. 이 지시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려면 복잡하게 얽힌 전선을 따라 실험실을 나와 복도 아래쪽으로 내려가 다른 방으로 가보아야 한다. 이 방안에는 짧은 꼬리 원숭이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뇌와 기계간 인터페이스
이 원숭이는 의자에 묶인 채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화면에는 검은 점이 좌우로 움직이고 있다. 점이 멈추면 점 주위로 원이 확산된다. 보기만 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 점이 다른 방에 있는 로봇 팔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원은 로봇 손의 쥐는 힘을 나타내는데, 쥐는 힘이 증가할수록 원이 확산된다.

다시 말해 점과 원은 로봇 팔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팔은? 바로 원숭이가 조작하고 있다.
원숭이가 미동도 않는다는 점이 기억나는가? 다시 전선을 살펴보자. 전선들은 컴퓨터 뒤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는 원숭이가 쓴 모자에서 끝이 나는데, 이곳에서는 원숭이의 뇌에 박힌 수백 개의 전극들로부터 신호를 받는다.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 동안 과학자들은 뇌와 기계간의 직접적인 인터페이스의 가능성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해 오다가 1990년대 말이 되어서야 뇌와 신호처리에 관해 많은 것을 알아내면서 이런 공상과학 같은 생각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 몸에 전달할 지시를 암호화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지시를 개선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뇌의 작동 방식에 관한 이해가 급속히 진전되어 듀크 대학의 연구원들은 짧은꼬리 원숭이와 로봇 팔을 이용해 최첨단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이것은 이전의 어떤 기술보다도 훨씬 앞서 있습니다”라고 신경공학 센터 공동 소장인 신경과학자 미구엘 니콜리스는 말한다. 사실 이 연구소의 원숭이 실험은 정신과 기계의 결합이 곧 인간에게 구현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니콜리스와 그의 팀은 5년 이내에 뇌에 전극을 심은 인간에 의해 작동되는 로봇팔 제작이 가능해질 거라고 장담한다. 이들의 주력분야는 의학이다.

이들은 팔다리가 불구가 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다른 과학자들이 연구에 성공하자 일반 대중들과 민간 기업들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 국방부 연구 프로젝트 계획국은 이미 미국 전역에서 진행중인 여러 가지 뇌-기계 연구들에 2천400만 달러를 지원했는데 듀크 대학 연구팀도 이에 포함된다. 이 기관이 가장 원하는 것은 생각으로 조종되는 전투 로봇과 생각만으로 비행이 가능한 비행기이다. 좀 더 가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을까? 할 말만 생각해도 작동하는 마음 전화기는 어떨까? 뇌의 지시를 해독한다는 생각은 얼핏 보면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컴퓨터가 일상적인 삶에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생각들을 모두 포착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미 100년간에 걸쳐 신경학 분야에서 돌파구를 연 과학자들은 뇌 연구에 자신만만하다. 이들은 뇌를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또 다른 형태의 정보처리기 정도로 생각한다.“우리는 뇌를 신비한 기관으로 보지 않습니다”라고 니콜리스의 동료이자 신경공학 연구소 공동 소장인 크레이그 헨리케즈는 말한다. “뇌에서 나오는 0과 1 신호들을 보고 이것들을 해독할 뿐입니다.”
이런 무수한 0과 1들의 원천은 당연히 뇌에 있는 수십억 개의 뉴런들이다. 예를 들어 광자들이 망막을 쳐 시각 정보를 가까운 뉴런에 전달하는 식으로 뉴런의 한쪽 끝에 자극이 가해지면 전기 펄스가 뉴런의 길이만큼 이동한다.

전기자극에 반응하는 뉴런
받아들이는 신호에 따라 뉴런 한 개가 매초 이런 전기 자극 수백 개를 처리한다. 각 전기 자극이 뉴런 반대편에 도달하면 세포에서 신경전달 물질이 대량으로 분비되어 새로운 전기 자극이 인접한 뉴런으로 전달된다. 이런 식으로 전기 자극은 이어달리기의 바톤처럼 뇌 둘레를 돌아다닌다.

결국 이런 초고속 코드가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면 이 신호가 신경을 타고 뇌를 빠져 나간 다음 온몸에 퍼지면서 근육을 온갖 형태로 수축 또는 이완시켜 눈을 깜빡이거나 말을 하고, 걷거나 관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된다. 1930년대에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전기 자극들을 이식가능한 전극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각 뉴론마다 절연 피복제를 입혔지만 여전히 자극에 의해 약한 전기장이 세포 밖에서 발생했다. 쥐와 원숭이 뇌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전극의 민감한 끝을 뉴론 가까이에 대면 전기장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기면서 신호들이 세포내로 전달됨을 발견했다.

이런 신경 코드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늘수록 이것이 컴퓨터의 온오프 디지털 코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만약 과학자들이 이 코드를 해독해 내 어떤 신호가 “팔을 들라”는 것인지, 어떤 것이 “왼쪽을 보라”는 것인지 번역할 수만 있다면 이 정보를 이용해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새로운 건 아닙니다”라고 뉴욕 주립대의 브룩클린 소재 다운스테이트 헬스 사이언스 센터에 근무하는 듀크대 연구원들의 동료인 존 채핀이 말한다. “사람들은 60년대 이후 그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각 유형별 움직임이 뇌의 특정 부위에 있는 수십억 개의 뉴런들에 의해 제어되기 때문에 그런 특정 부위를 찾아내기 위해 전체 뇌를 모니터하게 되면 제대로 해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했다. 채핀은 이렇게 설명한다.

수십 억개 뉴런의 판별이 관건
“만약 로봇팔이 왼쪽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이 지시를 전달해 왼쪽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일부 뉴런들을 찾아내야 하지만 이런 세포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릅니다.” 따라서 그 당시의 지식으로는 뇌와 기계간의 인터페이스는 헛된 망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결국 그런 생각이 전혀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다.

1989년 미구엘 니콜리스는 브라질을 떠나 필라델피아 하네만 대학에 도착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신경 코드를 해독해내기로 결심했다. 하네만 대학에서 그는 완벽한 동료인 존 채핀을 만났는데, 채핀은 그 이전 10년 동안 한 번에 12가지의 서로 다른 기록을 뇌로부터 식별해 낼 수 있는 장치를 연구했다.
만약 두 사람이 이를 완성할 수만 있다면 최초로 한 번에 한 개 이상의 뉴런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어느 모로 보나 도전해 볼만 했다.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 전극들은 안전하게 뇌에 삽입할 수 있도록 아주 작아야 했고, 적절한 양의 전류를 컴퓨터에 보낼 수 있도록 정밀해야 했다. 기존의 전극들은 흉터 조직으로 둘러싸야 했다.
두 사람은 딱딱한 침 모양으로 제작된 전극들이 주변 뇌조직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전극 끝에 유연한 재료를 입혀야 하는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전극들은 떠돌아다녀야 하는데 딱딱하면 뇌가 갈라질 겁니다”라고 니콜리스가 말한다.

쥐 뇌에 전극 삽입 성공
90년대 중반 니콜리스와 채핀이 마침내 살아있는 쥐의 뇌에 전극들을 삽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은 뉴런이 신호를 전송하는 방식에 관한 기존의 통념을 깨뜨렸다. 이들의 발견에 따르면 쥐가 수염을 움직이는 정도의 극히 간단한 동작을 지시하는 데도 수많은 뉴런들이 관여했다.

사실 뇌 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여러 뉴런들이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루면서도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며 작용했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과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는 같은 음악가들이 같은 악기로 상당히 유사한 곡조로 연주하지만 전혀 다르게 들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뉴런들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몸동작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발견으로 인해 뇌와 기계간의 인터페이스 개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졌다. 특정 동작을 담당하는 소수의 뉴런들을 찾아낼 필요없이 과학자들은 뇌에 있는 작은 뉴런 다발들을 관찰함으로써 서로 다른 수많은 지시들을 인식할 만한 정보를 생성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뇌를 오케스트라로 생각해 보자.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연주하는지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하는지 알기 위해 각 악기마다 옆에 마이크를 설치해 둘 필요가 없다. 그냥 몇몇 단원들의 음악에만 귀를 기울여 보면 알 수 있다.
이 가설을 시험해 보기 위해 채핀과 니콜리스는 쥐의 뇌에 전극들을 삽입하고 46개의 뉴런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쥐가 물을 마시려면 레베를 누르도록 훈련시켜 놓고 전극들을 이용해 쥐가 팔을 움직이기 위해 발생시키는 신호의 패턴을 기록했다.

지체장애자들의 인조팔 사용기대
채핀과 니콜리스는 물 공급장치에서 레버를 떼어내어 아무 것도 누르지 못하도록 했다. 쥐는 계속해 레버를 눌러댔지만 과학자들은 쥐가 뇌에서 레버를 누르라는 지시를 발생시킬 경우에만 물을 주었다. 잠시 후 쥐는 번거롭게 팔을 드는 대신 들어올리는 생각만 했다.
쥐 실험으로 돌파구를 연 후 니콜리스는 곧 듀크대에서 일자리를 얻어 이 연구를 좀 더 높은 단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는 쥐 대신 원숭이에게 전극을 심어 놓고 이들이 보다 복잡한 장비를 조작하기를 기대했다. 니콜리스는 듀크대의 생의학 엔지니어들과 팀을 이뤄 새로운 전극들과 이 새 과제에 알맞은 대용량 신호 처리기를 설계했다

“미구엘은 항상 더 많은 채널을 원합니다”라고 생의학 엔지니어인 패트릭 울프가 씩 웃으며 말한다. “마치 ‘스코티, 전력 좀 높여’라는 것 같죠.” 2000년에 니콜리스와 동료들이 발명해 낸 시스템은 원숭이 뇌의 패턴 인식력이 우수해서 원숭이들이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좌우측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이 실험이 성공하자 자신감을 얻은 연구원들은 지체장애자들이 이식된 전극을 이용해 인조 팔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 팔로 피아노를 칠 수는 없겠지만 물을 마시는 것 같이 보다 간단한 일은 할 수 있다. “이건 아주 복잡한 행동이죠”라고 헨리케즈는 말한다. “팔을 내밀어 유리잔을 잡되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의 압력을 가한 채 들어 올려 물을 마시고 제자리에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이 목표를 향한 다음 단계는 로봇팔이 정교한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해 원숭이의 지시에 따라 작동할 수 있는 간단한 손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온라인화된 시스템이다. 원숭이는 컴퓨터 화면 앞에 앉은 채 조이스틱을 이용해 커서를 화면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
화면에 점이 나타나면 원숭이는 입 옆에 걸려 있는 튜브를 통해 주스를 마시기 위해 커서를 끌어다 점 위에 놓는다. 원숭이 뇌에 박힌 전극들이 뉴런에서 팔을 움직이라는 지시를 내릴 때 이 신호를 기록한다. 이 신호는 컴퓨터에 입력되어 조이스틱의 움직임과 대조된 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예측한다. 일단 컴퓨터가 원숭이 뇌의 신호 패턴에 익숙해지면 조이스틱으로부터의 입력보다는 이 신호들을 이용해 화면의 커서를 움직인다.
“곧 쥐들이 그랬던 것처럼 원숭이는 손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라고 니콜리스는 말한다. 원숭이는 커서가 화면을 가로지르는 생각만 할 뿐이다.

로봇을 뇌파로만 조작가능
그런 다음 원숭이는 정신력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원숭이는 로봇의 존재 자체를 모른 채 보상을 얻기 위해 커서를 움직이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원숭이가 다시 조이스틱을 조작하지만 여기서 나온 신호는 로봇팔로 전달된다. 여전히 커서는 화면에서 움직이지만 이제 조이스틱이 아니라 로봇팔에 작용을 한다.

이런 변화가 처음에는 원숭이에게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손가락 대신 펜 두 개로 타이핑을 배우는 것과 다소 흡사하다. 화면에서 커서가 움직이는 것을 유심히 관찰함으로써 원숭이는 로봇을 뇌파로만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원숭이가 이 기술을 익히면 이제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인 팔을 뻗쳐 쥘 준비가 된 셈이다. 커서를 점에 옮겨 놓은 후 원숭이는 조이스틱을 꽉 움켜쥐어야 한다.



센서들이 원숭이가 쥔 세기를 측정하면 컴퓨터 화면에 퍼지는 원반 모양으로 이 힘이 표시된다. 이 원반이 퍼져나가는 것을 관찰하면서 원숭이는 보상을 받기 위해 어떻게 힘을 조절해야 하는지 배운다. “아주 정확히 쥐어야 합니다”라고 니콜리스가 말한다. 원숭이가 이런 과제를 해낼지 아무도 모른다. 팔을 앞뒤로 움직이게 하는 지시는 전극들을 통해 확실히 인식할 수 있겠지만 쥐는 동작은 전극들로 측정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뉴런들에 의해 조절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니콜리스는 뉴런들이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인다고 믿고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 시스템을 통해 팔을 움직이는 방향은 물론 쥐는 힘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예측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합니다”라고 그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니콜리스의 연구 자금은 대부분 미국 국방부 연구 프로젝트 계획국에서 지원하는데, 이 기관은 2003년 뇌 관련 연구에 대해 한층 더 높아진 관심을 보이며 뇌-기계 인터페이스 프로그램(BMI)을 발족시켜 2천400만 달러의 초기 연구비를 여섯 군데의 분야별 연구실들에 지원했다. “전투병이 원거리에서 생각의 힘만으로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유용하고 중요할지 상상해 보십시오”라고 이 기관의 국장인 토니 테터는 말한다.

초기연구비 2천4백만달러 지원
이 기관은 인터넷의 초기 기술로부터 작년 여름 국회가 인준을 거부하면서 무산된 테러리스트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미래지향적 기술들에 자급지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직 BMI 프로그램 책임자인 알랜 루돌프의 말에 의하면 두뇌-기계 인터페이스 연구가 전쟁터에 적용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음을 계획국에서도 알고 있다고 한다. “많은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만약 그런 위험 요소가 없었다면 이 일에 관여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라고 그가 말한다.

듀크대의 연구 이외에도 이 기관의 자금지원을 받는 다른 과학자들이 뇌와 기계의 연결을 연구하고 있다. 일례로 미시간대학에서는 이 계획국의 지원하에 보다 정교한 직립형 로봇을 인간이 생각만으로 조종할 수 있게 해 줄 연구가 진행중이다. RHex라는 이 로봇은 기계 바퀴벌레처럼 여섯 개의 다리로 돌아다닐 수 있다. 과학자들은 쥐가 로봇의 좌우측 이동을 제어하는 레버를 눌러 RHex의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그런 다음 듀크대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쥐가 여러 개의 레버들을 누르기 위해 사용하는 뇌파의 패턴을 해독해 생각만으로 RHex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한다. 인간도 언젠가는 이같은 시스템을 이용해 붕괴된 건물 잔해나 먼 외계 행성, 또는 계획국의 희망대로 전투에 로봇을 들여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계획국의 연구가 기계 조작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뇌는 팔다리를 움직이는 단순한 일 뿐만 아니라 목과 혀, 입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해 말을 하게 하는 복잡한 지시도 내린다. 이런 지시가 뇌를 떠나기 전에 컴퓨터에서 알아채 이 지시를 단어로 변환하는 일도 생각해 봄직하다.

“말하는 생각만 해도 2천마일 떨어진 곳의 방에 이것이 투사되는 상상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라고 크레이그 헨리케즈는 말한다.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요.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러나 헨리퀘즈와 다른 신경공학자들은 계획국의 목표에 상당히 큰 걸림돌이 있음을 알고 있다. 루돌프는 전극을 건장한 병사의 머리에 꽂는 건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말한다.

그는 향후 기술이 발전해 전극을 뇌에 꽂지 않고도 뇌의 신호를 읽을 수 있게 될 거라고 장담한다.
현재 이와 가장 유사한 방법은 전극을 두피에 붙이는 뇌파 전위 기록술(EEG)이다.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뇌에 꽂힌 전극으로 기록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희미하고 약한 신호 밖에 포착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팔을 조작할 정도의 성능에는 못미치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별로 가능성이 큰 것 같지 않습니다”라고 헨리퀘즈는 말한다. 루돌프는 다른 접근 방식들로 이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예측한다.

“향후 20년 내로 큰 발전이 있을 겁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그는 자석을 이용해 뇌에서의 전기 활동을 추출해내는 자기 전위 기록술(MEG)이라는 신종 뇌 조영술을 지목한다. MEG는 뇌-기계간 인터페이스가 가능할 정도의 속도와 해상도를 갖추고 있다.

‘뇌파 전위 기록술’의 장단점
현재 구조상으로 MEG 스캐너는 방호벽으로 보호하고 대형 헬륨 탱크로 냉각해야 하지만 루돌프는 실온 초전도체와 미래에 새로 개발될 재료들 덕분에 이동 가능한 MEG가 개발될 거라고 예측한다. “초전도 자석을 사용한다면 헬멧 제작 방법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몇십년 이내에 병사들이 배낭에 든 신호처리 수퍼 컴퓨터와 함께 착용할 수 있는 헬멧 모양의 스캐너 개발이 가능할 수도 있다.

“적어도 계획국에서는 일부 연구원들에게 이미 그런 과제를 부여했습니다”라고 루돌프는 말한다. 듀크대학의 원숭이가 조종하는 로봇팔이 공상과학 이야기가 아님을 입증하듯 이 시스템은 가끔 작동을 하지 않는다. 어떤 날은 회로 기판이 타버리고, 어떤 날은 주스를 주는 것만으로는 원숭이들이 실험에 협조하려 하지 않는다. 연구원들이 최근 수년간에 걸쳐 이룩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는 어렵고 이들의 연구 결과가 우리 삶을 변화시키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난관들이 놓여 있다.

장비를 예로 들어 보자. 원숭이 뇌의 이식물로부터 나온 전선들이 커다란 신호처리기를 거쳐 컴퓨터로 들어갔다가 나와 로봇팔에 연결되어 있다. 듀크대 연구원들의 계획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용화하려면 좀 더 휴대성이 높고 외관도 그럴듯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이들은 사지가 마비된 환자의 뇌 주요 부분에 전극들을 이식할 계획이다. 전극들에 포착된 신호는 전선을 타고 두개골에 심어 놓은 소형 프로세서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프로세서는 받아들인 신호를 무선으로 신체 밖으로 전송한다. “마치 휴대폰을 체내에 이식해 놓은 것 같죠”라고 니콜리스가 말한다. 이 신호들을 휴대형 컴퓨터로 포착해 인공 수족에 지시를 내린다.

패트릭 울프는 시스템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이미 뇌의 신호를 무선으로 100미터까지 전송할 수 있는 배낭형 컴퓨터를 개발해 듀크대학의 원숭이들에게 사용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뇌의 신호 포착만으로는 팔을 완벽하게 조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뇌가 보다 정확한 지시를 하기 위해서는 피드백도 필요하다.

뇌의 신호를 무선으로 전송
촉감없이 유리잔을 집어올린다고 상상해보자. 손가락으로 잔의 둘레를 감싸는 대신 그냥 쓰러뜨려 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가까스로 잔을 쥐었다 하더라도 들어올리다가 꽉 눌러 깨뜨려 버릴 수도 있다. 설사 이 두 단계를 모두 통과했더라도 얼굴에 물을 부어 버릴 수도 있다. 존 채핀은 듀크대학의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피드백 제공 방식에 관해 연구중이다. 그는 정보를 직접 뇌, 특히 촉감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에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하지만 이것은 장기적인 연구이다. 단기적인 연구로 MIT의 한 팀에서는 아직 촉감이 살아있는 신체 부위에 부착 가능한 옷감 같은 물질을 설계중이다. 수족에 부착된 압력 센서가 신호를 천에 전달하면 천에서는 이 정보를 여러 가지 진동으로 변환한다. 손에 유리잔을 쥘 경우의 느낌과는 다르겠지만 뇌가 이런 정보의 이용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핵심 요소는 학습이다. 니콜리스의 최근 연구에서는 듀크 대학의 원숭이들이 뇌에서 발생되는 지시를 바꾸기 위해 컴퓨터 화면상의 점과 원들을 이용할 때 신경학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여 주고 있다. “뇌가 변한다는 증거가 많은데, 예상치 못했던 측면의 변화도 있습니다”라고 니콜리스가 말한다.

“수분만에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원숭이가 훈련을 받는 동안 원숭이 뇌의 뉴런들은 신호 전달 패턴들을 바꾼다.지시를 내리는 데 더 많은 뉴런들이 개입할수록 변화의 정도도 증가한다.

원숭이가 뇌로 직접 로봇을 조종할 경우에만 나타나 활발하게 활동하는 뉴런들이 있는데, 조이스틱을 사용할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여분의 뉴론들을 이용해 “뇌는 로봇을 이해하고 대뇌피질의 다른 부위에 이 로봇을 표시합니다”라고 니콜리스는 설명한다. 원숭이 뇌의 이 부위에서 동작 지시가 발생된다. 뇌가 로봇을 표시하기 위해 특정 부위를 할애하는 과정에서 로봇이 원숭이의 실제 팔처럼 신체의 일부로 느껴지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니콜리스는 추측한다.

전쟁터보다는 의료용으로 사용
만약 그의 추측이 옳다면 향후 그의 인공 수족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인 셈이다. 뇌가 스스로 재조직화되어 인공 수족을 신체의 일부처럼 인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뭘 배워야 할지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원숭이들과는 달리 사람은 배우게 될 내용을 사전에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훈련 과정이 훨씬 더 짧아질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몇 번만 시도해 보면 쉽게 배울 수 있을 겁니다”라고 니콜리스가 말한다. 원숭이의 뇌가 쉽게 적응한다는 사실에 고무된 듀크대학의 연구원들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난관들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에 차 있다.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전쟁터에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의료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패트릭 울프는 말한다. 그는 듀크대학 연구팀이 5년의 연구 기한을 지킬 거라고 확신한다. “아직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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